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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자 등록 가능”…법적권리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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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4. 07. 18. 16:29

대법 "공단, 혼인관계 있는 집단 자격 불인정"
"성적 지향 이유로 동일 집단 차별 행위"
동성부부 "동성혼 쟁취 위해 싸워나갈 것"
승소 후 손잡고 법원 떠나는 동성 커플<YONHAP NO-4542>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혼 관계인 동성 동반자를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동성 부부의 법적 권리를 일부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합은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정한 내부준칙을 마련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족 구성, 부양제도 등 현실에 맞게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을 피부양자로 인정해왔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공단은 이 사건 처분을 통해 사실상 혼인관계 있는 사람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 집단은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취급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성 동반자는 단순히 동거하는 관계를 넘어,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를 바탕으로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으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단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이성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소씨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줘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동원·노태악·오석준·권영준 대법관은 별개 의견을 냈다. 이들은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은 동의하나,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건강보험법상 '배우자'는 이성 간의 결합을 본질로 하는 '혼인'을 전제로 하는데, 동성 간의 결합은 혼인관계의 실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행정청에게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했다"며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은 피고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함으로, 동성간 결합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행복추구권,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를 마친 뒤 소씨는 "오늘 이렇게 기쁜 소식을 나눌 수 있게 돼 좋고, 이 기쁜 마음으로 혼인 평등 실현을 위한 힘을 같이 모아 함께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씨 동거인 김용민씨 역시 "앞으로도 동성혼을 쟁취하기 위해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씨와 김씨 측 법률 대리인은 "건강보험 제도 취지에 비춰, 사실상 동일한 집단인 동성 동반자들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한 판결"이라며 "한국에서도 혼인 평등이 제도화되도록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소씨는 동성인 김씨와 2019년 결혼식을 올린 뒤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신청했다. 공단은 처음에는 등록을 받았다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업무상 착오"라며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2021년 1월 소씨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로 판결하며 "민법과 대법원·헌법재판소 판례, 우리 사회 일반적 인식을 모두 보더라도 혼인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두 사람의 관계가 성별 등을 제외하면 '사실혼 부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공단이 동성 부부를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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