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국선변호인 선정 없이 진행…징역 3개월
대법 전합 "'구속' 의미 넓게 해석…기존 판례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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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3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0년 9월 건조물침입죄 등으로 구속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3월 판결이 확정됐다.
그러나 2020년 12월 A씨는 상해사건으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2심 법원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의 의미를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별건으로 구속된 경우가 아닌 해당 형사사건에서 구속돼 재판을 받는 경우로 한정해 해석했기 때문이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고, 2심은 1심 선고 이후 확정된 A씨의 건조물침입죄와 상해 죄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도 A씨에게 동일한 형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구속 상태에 있었던 자신을 위해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채 진행된 1심 및 2심의 재판 과정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상고에 나섰다.
대법원 전합은 '구속된 때'를 별건으로 구속돼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구속된 경우도 포괄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전합은 "구금 상태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제약이나 사회와의 단절 등으로 국가의 형벌권 행사에 대한 피고인의 방어권이 크게 제약된다는 실질이나 제약된 방어력의 보충을 위해 국선변호인의 선정이 요청되는 정도는 구금 상태의 이유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 동일하다"며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피고인이 구속된 때'의 의미에 대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다만 이동원·노태악·신숙희 대법관은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기일을 진행해 판결을 선고한 원심의 조치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별건으로 구속돼 있거나 다른 형사사건에서 유죄로 확정돼 수형 중인 경우는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종래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해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대법 관계자는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사유인 '구속'의 의미를 종전에 비해 넓게 해석함으로써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구금으로 방어권이 취약한 상태에 놓인 피고인에 대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판결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