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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런 전 세계 차원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스라엘-이란 간 확전 가능성 등에서 보듯이 국지전 발발의 가능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라고 해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런 전쟁은 필연적으로 석유와 주요 광석 등 각종 원자재의 공급 사정에 영향을 주고 그 가격을 출렁이게 하고 있다. 때로는 군사·정치적 이유로 특정 자원이나 부품의 수출과 수입을 제한하는 자원 무기화 조치가 취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산업생산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와 부품의 안정적 확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이 공급망 재편 정책의 하나로 최근 반도체의 생산을 자국 내로 유도하는 것도 결국 고도의 첨단기술이 집약된 반도체가 정밀 군사무기뿐만 아니라 각종 고부가가치 제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보면, 한미일 공조는 군사적 안보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한 안전판 역할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불환지폐를 발행하는 현행 국제금융체제는 태생적으로 국내 경제적으로는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에 더해 국제 경제적으로 환율의 급등락에 따른 '외환위험'이 내재해 있다. 지금의 국제금융 체제에서는 달러화가 국제 거래를 지배하는 달러-체제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 말에 처한 외환위기도 결국 만기에 지불할 '달러 부족' 사태를 의미했다.
만약 외환위기가 닥쳤을 당시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남미와 같은 국가들과는 달리 '펀더멘털'은 좋지만 외환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였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정부의 한일, 한미 관계가 그렇게 매끄럽지 못했고 이것이 한국이 외환위기를 큰 비용을 치르지 않으면서 잘 극복해 나가는 데 장애요소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당시 일본 기업들과 은행들도 재정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한국기업들과 금융기관들에게 빌려준 돈의 만기를 연장해 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달러 발행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달랐다고 볼 수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한 것으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성장성이 높아 보이는 우리 기업들에 투자를 결행하지만 동시에 투자한 돈을 잃어버리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조그마한 나쁜 징조만 보여도 투자한 돈을 빼내가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7.3%대로 널뛰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외환위기 때와 같은 금융 발작 증세나 기미가 없는 데에는 든든한 한미일 공조라는 배경이 있다. 원화와 엔화 통화가치 급락에 대해 한일 재무장관이 "심각한 우려"를 공유한다는 입장을 동시에 내놓고, 한미일 재무장관들이 회의를 열어 금융과 외환 협력을 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내놓았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은 외환위기 때 아쉬웠던 바로 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미일 공조가 국제금융시장에 좋은 시그널을 준다는 것을 여야 정치권 모두 잘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