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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144년 만에 완공되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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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4. 01. 14:29

화면 캡처 2024-01-07 092216
김성환 문화부장
"언제?" "4월 25일 출발. 35일 동안 800km를 걸을 거야. 완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해 보려고." 오랜 친구 녀석이 그 유명한 산티아고 길을 걷겠다며 스페인으로 떠난단다. 두 달 전쯤이었을까. 얼마 간 우여곡절을 겪은 그는 느닷없이 이 길 얘기를 했다. 허투루 뱉은 말이 아니었나 보다. 잊고 지냈는데 준비가 끝났다며 출발이 얼마 남지 않았단다. 거기 가면 생각도, 마음도 정리가 되고 돌아오면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잘 알려졌듯 산티아고 길은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발견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이다. 프랑스 각지에서 피레네산맥을 통해 스페인 북부를 통과한다. 성 야고보는 한때 스페인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다. 중세시대부터 종교인들 사이에 익숙했던 이 길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성당을 방문하고 1987년 파울로 코엘료가 책을 출간한 후 더욱 유명세를 치른다. 1993년에는 일부 코스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되며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성지 순례자들의 명소가 됐다. 이젠 트레커와 여행자들까지 몰린다. 순례자가 걷는 길이 아니라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순례자가 되는 요즘이다.

녀석은 왜 기꺼이 순례자가 되려는 걸까. 누군가는 얘기했다. 종교 성지에선 성스러운 세상과 내가 사는 일상의 세상이 교유(交遊)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이러면 삶의 가치를 묻게 되고 '나'를 돌아보게 된단다. 속도가 지배하는, 최첨단의 시대에 천천히 가는 것이 삶을 반추하는 방법이라고 이 길은 역설하는 듯 보인다. 속도에 지친 숱한 사람들의 간절함이 이 길에는 부려져 있다. 이를 토대로 켜켜이 쌓인 군상의 의지와 희망이 오롯이 신앙의 대상이 됐다. 그가 부여잡고 싶었던 것은 이에 다름없는 것이 아닐까.

우연이다. 얼마 전 스페인에서 눈에 띄는 소식이 전해졌다. 1882년 착공된 바르셀로나의 명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2026년에 완공된단다. 기존에는 '목표'였다면 이제는 '확정'이다. 144년만이다. 성당에서 가장 높은 172.5m의 중앙 첨탑을 포함해 준공에 필요한 자원이 모두 갖춰졌다며 성당 측이 일정을 공개했다. 2026년은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가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죽음을 앞둔 가우디는 이렇게 '예언'했다. "나에게 점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슬프게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내 손으로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뒤를 이어 완성시킬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 과정 속에서 성당은 장엄한 건축물로 탄생하리라."
스페인 내전 등 전쟁과 재정 부족으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중단되기도 했던 공사가 마침내 막바지에 이르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유럽의 관광 명소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지금도 물론 구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완공'이라는 단어가 주는 감동은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이 웅장하고 엄숙한 성당의 시간도 참 천천히 흘렀다. 인간의 의지와 희망이 또 곰삭아 있으니, 녀석에게 꼭 들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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