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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보조금, 준다면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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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08. 21. 17:31

논설실장
생산자에게든 소비자에게든 보조금을 지급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품목의 생산과 소비가 늘어난다. 돈이 보조금 지급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이에 쓰인 지출만큼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구매와 생산에 들어갈 돈이 줄어든다. 그 결과 다른 품목의 생산과 소비가 그런 보조금이 없었을 때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보조금의 지급은 그런 지급이 없었을 때 시장에서 일어났을 결과를 왜곡시킨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또한 보조금 지급은 이런 자원배분의 왜곡효과 이외에도 제3자 지불효과로 인한 비효율도 발생시킨다. 내 돈이 들어가지 않고 제3자가 대신 지불하게 될 때 그 돈을 쓰는 사람은 자기 돈을 쓸 때에 비해 저렴하다고 느끼게 되어 더 낭비적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는 품목을 소비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의료보험에서 의료비용을 대주는 경우가 '제3자 지불'에 해당하는데 보험가입자가 소위 '의료쇼핑'에 나서는 것이 그런 대표적 사례다. 

이럴 때는 의료보험에 가입한 의료서비스 소비자가 더 많이 의료쇼핑을 할수록 그 사람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덩달아 많아지게 하는 게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자기 지불'의 성격을 강화시키면,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보조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자기 부담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에서는 여러 명분과 이유를 내세워 각종 보조금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경우에는 되도록 생산자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생산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하게 비판했던 '이권 카르텔'을 형성시킬 소지도 많다. 

지난 6월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 실태' 감사 결과가 이런 사실을 잘 확인시켜 준다. 당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공무원 등 38명이 대규모 사업비리에 연루됐고 감사원은 이들을 수사 의뢰했다. 또 관련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250여명도 태양광 사업을 해왔는데 결국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둘러싸고 각종 비리가 저질러진 것이다 (자세한 비리의 내용은 이영조 칼럼 "공공부문의 비리척결, 작은 정부가 답이다" 아시아투데이 2023.6.19. 참조).

보조금을 줘야 한다면 생산자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고 명백하다. 소비자들에게 줄 경우, 비록 제3자 지불의 성격에 따른 문제가 있지만 최소한 소비자들이 그들의 선택을 통해 소비자들의 필요를 더 잘 만족시키는 생산자들을 선별해 내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경우, 특히 관련 공무원들이 생산자들과 결탁하면 소비자들이 절대로 선택하지 않을 엉터리 제품을 생산하고 보조금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중국 정부의 전기차 생산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그런 기막힌 사례다. 중국의 한 전기차 업체가 전기차를 만들어 보조금을 받은 후 그 차에서 배터리를 빼낸 후 다시 전기차 차제를 생산해서 그 배터리를 장착해서 보조금을 수령했다고 한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타지도 않는 전기차 차제가 공장 인근에 산처럼 쌓이게 됐다고 한다. 이런 엉터리 보조금이 지급됐다면 보조금 지급을 담당한 이의 묵인이나 방조가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서비스를 위한 바우처 지급의 경우에도 교육의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그 바우처를 지급하는 게 좋다. 그럴 때 '이권 카르텔'의 형성을 막는 동시에 생산자들 사이에 소비자들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공급하려는 동기가 그나마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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