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 가해자 공탁하고 '감형'…유족 "받을 생각 없는데 감형돼"
변호사 "피해자 의사도 반영돼야"…판사 "선고 전 확인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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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 후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법원에 일정 금액을 공탁하고 감형받는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돈을 주고 감형을 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 5월 '강남 스쿨존' 음주 사고의 가해자 A씨는 1심에서 3억5000만원의 공탁금을 내 검찰 구형량 징역 20년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유족 측은 "공탁금을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형량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공탁이란 변제나 피해회복 등 목적으로 금전 등을 국가기관(법원의 공탁소)에 맡기는 제도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야 공탁금을 낼 수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특례 시행 이후 사건번호나 조서·공소장 등에 기재된 내용 등만으로도 공탁이 가능해졌다. 공탁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일과, 이로 인한 2차 가해 등을 막기 위한 취지로 입법됐다.
김슬아 변호사(법무법인 영민·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는 "실무를 하면서 본 판결문들에 공탁 여부 및 액수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형을 감경하거나, 공탁했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사례들을 빈번하게 접했다"며 "2023년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을 감경요소로 포함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엄벌탄원서나 공탁금 회수 동의서 등을 통해 공탁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는 있지만, 감경요소에서 공탁을 배제시킬 정도로 반영되고 있지는 않다"며 "공탁을 포함한 피해회복 요소가 감경에 고려되는 만큼, 피해자의 강력한 처벌의사 등도 가중요소에 들어가는 식으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익명의 한 판사는 해당 방안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처벌 불원(처벌을 원하지 않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처벌을 원한다고 전제해 선고형을 결정할 것"이라며 "가중요소에 '처벌의사'를 넣으면 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적극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경우엔 상대적으로 형이 약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신중한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형사공탁이 있을 때 재판부가 이를 곧바로 양형감경인자로 활용하기보다는, 피해자 측에 공탁금 수령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과정을 거친 후에 감경 여부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