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한반도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럴 경우 한국은 운명적으로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2019년 홍콩민주화 사태이후 대만해협과 한반도는 동북아라는 지적학적 틀 내의 2개의 핫플레이스다. 작금의 상황은 대만해협이 한반도보다 훨씬 뜨겁다. 대만해협이 최근 미·중 갈등의 최전선,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시 중국의 '대만봉쇄'.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문 직후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포위한 채 72시간 동안 '대만봉쇄'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 기간 섬 전체를 봉쇄하고 대만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쏘고 대만영해에 포탄을 퍼붓는 등 사실상의 '침공연습'을 벌였다. 이후 대만해협의 군사적 갈등은 뉴 노멀(New Normal)이 됐다.
한·미·일 3국은 대만해협에서 미·중간 군사충돌이 발발할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일안전보장조약에 근거해 북·중 군사동맹에 맞서게 된다. 한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대만해협에 군사력을 투사할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만약 대만해협 사태를 틈타 북한이 국지전을 도발할 경우 한반도에 제2의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 한국은 대만해협 유사시 동북아 군사적 형세를 놓고 선택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3각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색깔을 분명히 했다. 10여년 전부터 대만해협 문제는 동북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북한의 핵도발이 잇따랐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데다 유사시 군사적· 경제적인 충격이 치명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나면 인근 해상로는 꽉 막힌다. 한국의 생명선인 중동의 원유수송로와 수출입 항로가 일제히 타격을 받는다. 135km 대만 해협이 봉쇄당하면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 45%, 중동산 원유 80%가 발이 묶인다. 원유 수입이 막히면 3개월내 기반산업이 마비된다. 미국의 안보 씽크탱크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지난 2016년 보고서에서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GDP의 5~10%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GDP의 25~35% 하락을 예측했다. 한국의 경우 수출입 비중을 감안하면 GDP의 50%이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가 무너지는 수준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전쟁을 반영해 올해 반도체과학법, 인플레감축법(IRA) 등을 입법했다. 앞서 2018년 아시아안보 이니셔티브, 2022년 타이베이법을 통과시켜 대만 무장을 약속했다. 중국도 2020년 '수출관리통제법'을 공표해 국가안전과 이익에 위배되면 핵심광물과 원자재 수출을 중단토록하고 2021년 '반외국제재법'으로 여차하면 한국 반도체기업의 중국내 반도체 공장 빼앗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1일에는 개정 '병역법'을 공표, △제대 군인 재입대 △ 55세 이상 퇴역 지휘관 재임용 등을 허용했다. 현행 253만명의 인민해방군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움직임 등 공급망 이슈가 쉴 새 없이 경제·안보 환경을 뒤흔들고 있지만, 한국은 양안전쟁 등을 대비한 국가전략과 공급망 대책, 국내 법·제도를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시한폭탄이 될지 모를 대만해협 갈등을 대비한 국가전략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점검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북한의 남침을 가정한 전략과 대책은 많은데 반해 대만해협의 군사적 갈등 상황에 대비한 국가차원의 전략과 정책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경제·안보상의 공급망을 꼼꼼히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사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공급망 기본법, 국가자원안보특별법 등은 초당적 차원에서 입법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