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측 "'반인도적 불법행위 인정' 대법 판결 스스로 훼손한 것" 반발
강행 시 문제 악화 가능성도···"정부 방식 따른 판결금 거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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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강제동원피해배상 해법을 6일 공식 발표한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로부터 재원을 조성해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식민지배 반성과 사과를 담은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법 발표 전부터 대다수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지원단체들은 3자 변제 방식 등이 대법원 판결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일제 식민지배와 전범기업들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소송을 지원하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정부 해법은 식민지배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대상 손해배상 지급 판결을 확정받은 양금덕 할머니 등 피해자 4명은 정부안에 반발하며 한일 간 합의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안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 논리에 힘을 싣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과거 담화 계승 방침에 대해서도 식민지배가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일본 측 입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무라야마 담화에는 식민지배가 불법행위라는 언급이 없으며 강제동원 등에 대한 배상 등 구체적 내용도 담겨 있지 않다.
정부가 피해자들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안을 강행할 경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부작용 전철을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피해자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다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법적 배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화해치유재단 지원금을 거부했다.
이 대표는 "미쓰비시 대상 배상 확정 판결 받은 피해자 대부분은 정부 방식으로 지급되는 판결금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2018년 일본제철 대상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등도 정부 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책임연구위원은 "개인청구권은 국가 간 조약으로 소멸될 수 없다"며 "일본과 달리 독일은 배상 협약 제·개정을 통해 피해자를 찾아 사죄와 배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