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젠더 관련 편견이 깨지는 사례…성별 떠나 범죄 저지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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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에는 20대 여성이 “전 남자친구와 닮았다”며 지나가던 남성을 때려 경찰에 붙잡혔고, 또 지난 7월에는 가족과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던 40대 가장이 자녀들 앞에서 술에 취한 20대 여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40)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술집에서 합석하면서 알게 된 남성 A씨와 술을 마신 뒤 밖으로 나와, 아무런 이유 없이 A씨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갖고 있던 볼펜으로 그의 뺨을 찌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같은 해 9월 12일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지나가던 남학생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당황한 피해자가 떨어뜨린 바나나우유를 발로 밟아 터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며칠 뒤인 같은 달 18일에는 함께 술을 마시던 남성 B씨가 정씨의 강아지에게 “개새끼”라고 말하자, 이에 화가 나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으로 B씨의 머리를 내려친 혐의도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정씨는 깨진 맥주병 유리 조각으로 B씨의 목덜미를 여러 차례 찌르고 그의 새끼손가락을 잡아 꺾었다.
정씨는 지난해 4월 공무집행방해, 폭행죄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홍 부장판사는 “일면식도 없거나 처음 만난 피해자들에게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는 등 정씨의 죄질이 가볍지 않고, 행위의 위험성도 크다”며 “정씨는 폭력 관련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유사한 사건으로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과의 합의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전혀 기울이지 않았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취약해 재범의 가능성도 크다”며 “다만 정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아온 점 등 양형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남성을 향한 여성들의 폭력이 최근 두드러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젠더(gender)와 관련된 편견이 깨지고 있는 사례 중 하나라는 분석을 내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몇 년 전까지는 ‘여혐’(여성혐오)은 있더라도 ‘남혐’(남성혐오)은 없었다. 강자(남성)가 약자(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혐오지만, 그 반대의 경우 자기를 지키려는 수단으로 여겨졌는데 이런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며 “여성의 권한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예전처럼 차별을 용인하지 않고, 성별과 관련 없이 누구든 범죄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