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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연금 57만원vs이민자 지원금 630만원’ 스페인 극우정당 포스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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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마드리드 통신원

승인 : 2021. 04. 27. 17:17

스페인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 선거 운동 포스터 구설수
검찰 긴급 철구 요구했지만, 법원은 거부
코로나19 이후 2019년 스페인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 범죄 20.9% 증가
인종차별-선거포스터
마드리드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기차역에 걸린 외국 이민자 차별적 표현이 담긴 선거 포스터. 분노한 일부 시민들에 의해 훼손되었다. /사진=마드리드 장혜진 통신원
스페인은 다음달 4일 마드리드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스페인 내 이민자가 대폭 늘고 외국인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반(反)이민 정책에 찬성하는 극우 정당 복스(VOX)의 차별적인 선거 포스터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라 반가르디아’와 스페인 방송 ‘라 섹타’ 등 외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복스 정당은 ‘메나(MENA·보호자 비동반 미성년 이민자)’에 대한 지나친 차별과 거짓 정보를 담고 있는 선거운동 포스터를 게재해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해당 선거 운동 포스터는 ‘당신의 할머니 : 한 달 426유로(약 57만원) 연금, 메나 : 한 달 4700유로(약 630만원) 지원’이라는 문구로 마치 정부가 자국민보다 이주민에게 더 혜택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포스터 속 그림도 짙은 색 피부의 미성년자를 마치 범죄자 같은 인상착의로 표현해 많은 질타를 받았다.

포스터에 표기된 구체적 수치도 사실과 다르다. 스페인 일간지 엘페리오디코에 따르면, 이들이 표기한 4700유로는 한 명의 메나가 받는 돈이 아니라 메나 한 명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금 전체로 사회복지사 수급·보호기관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정확하게는 4280유로로, 마치 4700유로를 미성년 이민자 한 명에게 지급하는 듯한 포스터 내용과는 상당히 다르다. 연금으로 표시한 426유로 역시 사실과 다르며 현재 스페인에서 980만명의 연금 수급자가 받는 평균 연금은 약 1030유로로, 복스 정당이 언급한 수치보다 훨씬 높다.

또한 메나에게 돌아가는 지원금과 연금은 자금의 출처가 달라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메나 지원금은 마드리드 지역 예산에서 충당되고 연금은 스페인 사회보장부에서 집행된다.
이번 마드리드 주지사 선거에서 복스 정당은 ‘복스와 함께 안전한 동네로’를 모토로 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선거 포스터에서 보호자 비동반 미성년 이민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꼬집은 것은 단순 재정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들을 배척하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복스의 포스터가 마드리드의 주요 교통 요충지인 솔 기차역 광고판에 게재되자 시민들은 철도 회사 렌페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에 렌페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는 즉시 철회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스페인의 엘콘티덴셜·채널 3번 등 주요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유니세프 스페인·세이브더칠드런 등 200개 사회단체와 스페인 평등부가 선거 포스터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고 결국 마드리드 지방 선거 위원회가 검찰을 통해 포스터 긴급 철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포스터 철거가 지연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긴급하게 포스터를 철거할 만한 직접적 범죄 사유가 아니고 다른 사안들과 똑같이 적합한 조사 후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으로 검찰의 요구를 거부했다. 계속해서 대중들과 단체, 반대 정당의 비난이 격앙되는 가운데 스페인 내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이번 사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스페인통계청(INE)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스페인 내 외국인 인구수는 2013년 이후 다시 500만명대로 돌파했으며 스페인 전체 인구의 약 11%에 해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인 2019~2020년에는 일 년 동안 이민자가 16.3% 늘었다.

스페인 내무부의 2019년 ‘증오 범죄 진화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증오 범죄는 전년보다 6.8% 증가했다. 특히 가장 많이 증가한 증오 범죄는 ‘인종 차별 및 외국인 혐오’로 2018년 426건에서 2019년 515건으로 20.9%나 급증했다.

장혜진 마드리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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