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백신 공급 집중 보도로 긴장감 완화
봉쇄 정책 중 예외 항목들 허점
포르투갈은 지난해 11월부터 국가비상사태에 돌입해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통행시간까지 제한했었는데 오히려 상황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요 원인으로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봉쇄정책을 일시적으로 완화한 점이 꼽힌다. 주말과 휴일에 실시하던 도시 간 이동제한 정책을 잠시 멈추고 독일, 스페인 등 타 유럽 국가들과 달리 모임 인원의 제한마저 두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포르투갈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가족모임을 위해 많은 포르투갈인이 제약 없이 타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차량 이동 및 각종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포르투갈 컨설팅업체 PSE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크리스마스 기간에 포르투갈 내 장거리 여행 이동량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의 크리스마스 이동량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약 10일 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1만 명을 기록했다. 포르투갈의 의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미 예측된 결과였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같은 시기에 백신 배포 관련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가뜩이나 들뜬 연말에 코로나19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안도감까지 더해져 긴장을 놓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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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르투갈 정부가 새로 발표한 봉쇄정책은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시행되며 △재택근무 의무화 △상점·미용실·공연장·체육관 등 비필수 사업장 주중·주말 영업중단 △슈퍼마켓, 식료품점, 약국, 병원 등 필수 사업장 영업유지 △식당·카페 등 매장 내 취식 금지, 포장·배달만 가능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미착용 시 최대 1000유로(약 133만 원)의 벌금 부과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단,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교·대학 등 교육기관은 대면 수업을 유지하고 거주지 주변 산책과 야외 개인운동 등은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다소 느슨해진 위기감과 봉쇄정책 예외 항목들로 인해 전면 봉쇄조치가 시작된 15일 리스본의 길거리는 처음 봉쇄조치가 발표됐었던 지난해 3월 만큼 한산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주요 신문사 퍼블리쿠(Publico)는 학교가 문을 닫았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대면 수업을 유지하면서 학생들과 교직원, 자녀를 데리러 이동하는 학부모 등 매일 250만 명 이상의 사람이 학교활동과 관련해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또 식료품 구매와 산책 등도 예외 항목에 포함되면서 주거밀집지역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포르투갈 보건부(DGS)에 따르면 16일 기준 포르투갈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 947명이고, 누적 확진자 수는 53만 9416명이다. 하루 사망자 수는 166명, 누적 사망자 수는 8709명이다.
아울러 오는 24일은 포르투갈의 대통령 선거일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선거일과 사전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선거 당일 사람이 몰릴 것을 우려해 17일 사전 투표에만 24만여 명의 포르투갈인이 등록했다. 이는 재작년 국회의원 선거 때 사전투표 등록 인원이었던 5만 6000명 보다 4배 가량 많은 수치다.
역대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다가오는 대선이 포르투갈 내 코로나19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포르투갈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