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쌓아온 현대차의 기수력에
글로벌사 협업 논의·제안 이어질듯
넥쏘 8월 누적 판맨 4762대 기록
유럽 등 주행평가 등서 호평받아
실적·성과 입증…반사이익 기대
22일 현대자동차는 동종업계 니콜라 사태를 지켜보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세훈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사업부장(전무)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니콜라 이슈가 현대차에 호재인지 악재인지 영향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선 지켜보고 있다”며 “수사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무는 지난 7월 킨텍스에서 열린 제1회 국제수소포럼 당시 “니콜라에 무척 고맙다”며 “수소차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세계 시장의 주목을 끌기 어려웠는데 니콜라 덕분에 수고를 많이 덜었다”고 한 바 있다. 전기차 메카라 할 수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수소차의 매력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적보다는 동반자에 가깝다는 시각이었다. 그랬던 니콜라였기에 이번 사태가 자칫 수소차 비전과 전망 전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니콜라 주가는 전일 대비 19.3% 폭락했다. 앞서 공매도 전문 리서치 기관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 온갖 거짓말로 미국의 가장 큰 자동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니콜라의 기술력과 비전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미 연방 당국이 관련 수사에 나서면서 니콜라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이 퇴임한 게 주가 추락의 배경이다. 니콜라 지분을 사들이며 미래차 비전을 공유하겠다던 제너럴모터스(GM) 역시 뉴욕거래소에서 주가가 4.7% 급락하며 타격을 입었다.
우려와 달리 전문가들은 현대차에 대한 악영향에는 선을 긋고 있다. 전기차를 선도해 온 테슬라와 달리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와 일본 토요타가 양 축으로 끌어 왔기 때문에 다크호스로 깜짝 등장한 니콜라 이슈가 기존 시장의 가치를 끌어 내리는 데에는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 이전에도 니콜라는 대부분의 생산을 아웃소싱 형태로 하겠다고 전략을 내면서 핵심기술 유무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왔다. 또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한 기후협약이 전세계 그린 수소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어 시장의 성장성은 견고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증시에 바람을 일으킨 니콜라였기 때문에 이번 이슈가 수소전기차의 대중화와 활성화에는 악재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수소차는 일반 차와 달리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이번 기회가 10여 년 이상 노하우를 축적해 온 현대차의 기술력 수준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자체적으로 기술개발을 목표로 했던 기업들이 결국 장벽을 느끼고 현대차에 협업을 논의하거나 제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현대차에는 호재”라고 했다. 추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수소차 관련한 기술 수출·제휴건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소차 생산실적은 전무하고 공장 조차 마련하지 못한 니콜라와 달리 전 세계 수소차 판매 1위 현대차는 올 들어 넥쏘 판매에 날개를 달았다. 지난 8월 누적 기준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4762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4987대 수준의 글로벌 판매량에 근접했다. 8월만 따져도 681대를 팔며 전년 동기 286대 대비 138% 이상 뛰어 올랐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수소전기차 중 63%를 현대차 넥쏘가 차지했고 2위인 토요타(2455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넥쏘는 지난 7월 독일서 실시한 주행평가서 ‘매우 뛰어난 차’로 호평받았고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인 유로 NCAP에서 수소전기차로는 세계 최초로 최고 등급(5 Star)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또 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양산체제를 구축해 지난 7월부터 스위스에 수출을 시작했고 5년 안에 총 1600대를 공급기로 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자체 청소차를 수소차로 바꾸고 CJ대한통운·현대글로비스·쿠팡 등과 물류차량을 수소 화물차로 전환하는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도 “상당기간 수소차에 대한 스타트업 등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은 신뢰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적과 성과로 입증받고 있는 현대차의 반사이익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1만 대로 늘리고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규모의 수소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향후 3년 내 가격을 50% 낮추고, 연료전지의 수명을 2배 향상시킨 수소차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