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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측은 이 의원의 지분 ‘헌납’에 당황한 분위기다.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 전달 없이 기자회견을 연 데다 교착상태에 빠진 인수합병(M&A)을 다시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스타항공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 지분은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각각 66.7%, 33.3% 나눠갖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은 39.6%다.
이 의원은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이스타항공 창업자로서 가족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며 “직원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5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체불 임금은 총 250억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무는 “체불임금 문제를 해소하고 싶어도 이스타항공의 자금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M&A 완료 후 매각 대금이 나오면 임금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문제와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 일정, ‘셧다운’ 책임 소재 등을 이유로 M&A 시기를 계속 늦춰왔다. 제주항공은 지난 26일 이스타항공 M&A를 위한 전환사채(CB) 발행예정일을 ‘당사자 간 합의해 정하는 날로 변경될 수 있다’고 공시했다. 앞서 CB 납입일을 4월 29일에서 이달 30일로 변경하면서 인수 완료 시점이 이날로 예상돼 있으나 여기에서 또 미뤄진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자본잠식 상태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절실한 상황이다. 작년 영업이익 794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만 35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오늘이 M&A 딜의 마지막 날이고 현재 회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 의원이) 회사와 임직원의 고용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딜이 성사되도록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합병 말고는 이제 답이 없다”면서 “인수 딜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부의 저비용항공사(LCC) 지원받을 자격도 없어 시간만 보내는 상황”이라고 했다.
딜 클로징(종료)은 여전히 먹구름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마무리 앞두고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제주항공이 이사 후보자 명단을 제공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임시 주총은 다음 달 6일로 연기됐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체불 임금과 관련해서도 이날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측이 인수 이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제주항공은 인수 계약상 체불임금 문제를 해소해줘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도 제주항공 측과 사전 상의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측이 저희 쪽엔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만 밝힌 것이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면서 “이 의원의 지분 헌납이 M&A 성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