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범죄 예방하라는 사회적 요구 반영된 것"
시민들 대부분은 “‘제2의 n번방 사태’를 막는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일각에서는 “성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과도한 입법”이라는 불만도 제기했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대목은 이번에 신설된 성폭력처벌법 14조 4항이다. 해당 규정은 불법 성적 촬영물을 단순 소지하거나 시청만 한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불법 성적 촬영물’은 적법한 제작 시스템 속에서 배우의 동의 아래 촬영·유통된 영상물이 아닌 ‘촬영대상자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촬영되거나 유통된 촬영물’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해당 조항에는 ‘과잉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시민은 “‘바바리맨을 잡으려면 바바리맨만 잡아야지 바바리 자체를 못 입게 해선 안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영상물의 불법 촬영자와 유포자를 처벌해야지 단순 시청·소지자까지 처벌하는 규정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민은 “일반 시청자가 합법적으로 촬영됐는지 불법적으로 촬영됐는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정부가 (관련 법규에 저촉되지 않아)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성인물을 분류해 주거나 성인물이 합법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직장인 이유경씨(30·여)는 “불법 성적 촬영물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불법으로 촬영하고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며 “(n번방 방지법을 통해) 단순 소지와 시청을 처벌함으로써 그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고 향후 자연스럽게 불법 성적 촬영물의 촬영·유포자도 근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서구의 김혜민씨(26·여)는 “이번 입법은 사람들이 불법 성적 촬영물의 단순 소지와 시청도 엄연한 범죄임을 인식하게 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늦게라도 이 같은 법률이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초동의 김모 변호사는 “이번 n번방 방지법에는 불법 성적 촬영물의 제작 및 유포를 근절하기 위해 촬영물의 소지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 같다”며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수많은 성인물 가운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암암리에 유통되던 ‘리벤지 포르노’ 등 다수의 불법 성적 촬영물을 근절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