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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39] 영업비밀 유출, 올해부터 더 강력히 처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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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승인 : 2019. 01.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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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경동나비엔에 근무했던 연구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핵심 에어컨 기술을 빼돌려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남성은 약 10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성의 노트북에서는 이직이 예정된 다른 회사와의 고용계약서가 발견됐다.

영업비밀 유출은 회사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한 문제다. 막대한 연구개발 노력과 수십 년의 노하우는 파일 유출 하나로 한 순간에 경쟁사에게 공유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공개·사용하는 행위 등을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하고 위반 시에는 형사처벌까지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업비밀 유출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7일 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러한 영업비밀 침해 사례가 감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더욱 강력히 보호하는 내용을 대폭 추가했다. 주요 개정 사항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영업비밀의 요건 완화 : 현행법은 영업비밀이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될 것’을 요구하는 반면, 개정법은 단순히 ‘비밀로 관리될 것’만을 요구한다. 다만, 개정법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비밀로 관리하는 행위’는 있어야 하는바, 실제 법 운용에 어떠한 차이가 있을지는 향후 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다.

둘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 영업비밀의 침해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최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셋째, 영업비밀 침해유형 추가 및 침해행위 등에 대한 벌칙 강화 :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상 직원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영업비밀을 가지고 퇴사하는 행위는 영업비밀 침해로 의율되지 않았다. 개정법은 영업비밀을 취득·공개·사용하는 행위에 더하여 무단유출행위나 삭제, 반환요구에 불응하는 행위도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규정한다. 처벌 수준도 대폭 강화했다. 국내 유출의 경우, 징역은 최대 10년, 벌금은 최대 5억원으로 증가했으며, 국외 유출은 징역 최대 15년, 벌금 최대 15억원으로 상향 조치됐다.

이번 개정안으로 형사처벌까지 전제된 영업비밀 침해가 너무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기술 유출로 피해를 보고도 충분히 구제받지 못한 기업이 많았다는 반성도 한 편에 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 적용의 효과를 기대해 본다. <정진주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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