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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檢 “수사 통제장치 없어져”-警 “실리는 검찰이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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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배 기자

승인 : 2018. 06. 21. 18:13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
김부겸 장관(왼쪽부터)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경찰이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21일 발표되자 검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수사 권한을 경찰에 부여하면서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반면 경찰 내부에선 일부 변화된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만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경지검 A부장검사는 “검찰의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며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검찰이 탄생했는데, 이제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기소만 하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찰 지휘부는 행정 경찰인데 검찰처럼 수사지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휘 시스템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사건처리가 힘들 수 있고, 경찰 수사를 통제할 구체적인 장치가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종결 판단이 경찰에 넘어가면서 권한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 이에 대한 피해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의 B부장검사는 “경찰의 권한이 늘어나면서 경찰국가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찰 수사 결론이 검찰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한 해 4만건 정도 되는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넘어가면) 선무당이 사람을 잡을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모든 사건에 대한 1차적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경찰의 권한은 대폭 늘어난 반면, 그에 따른 책임 소재 문제는 조정안에서 빠졌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평검사 D씨는 “권한의 분배가 아닌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빠져있다”며 “(예를 들어) 경찰이 중소기업을 10개월만 내사하면 그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인데, 이 부분을 통제하는 세부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 내부에선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우선 경찰청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반영된 민주적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며 “수사·기소 분리의 사법 민주화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 수사구조로 변화하는 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청의 공식입장에 수긍하면서도 수사권 조정을 통한 변화의 계기라는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 경찰 입장에서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조정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A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실리는 검찰이 챙겼고 명분은 경찰이 챙겼다”며 “경찰 입장에선 얻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장청구권도 없고 재수사 등 검찰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경찰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사건 수사 결과 송치 안하기로 결정해도 결국 검찰로 다 넘어간다. 그러면 모든 사건을 전부 송치하는 것이다. 달라진 게 없다. 다만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서 경찰이 검사나 경찰청 직원들을 조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B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형식적으로 경찰 수사에 강화된 면이 많아 보이지만 내용상으로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 통제 권한이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경찰에 완전한 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서울 C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불기소 의견으로 경찰이 1차적 종결을 하면 검사에게 불송치 결정문과 함께 사건기록 등본을 보내야 한다. 별도로 복사를 해서 보내야 하는데 일이 늘어났다”며 “경찰이 불기소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에 이유를 들어보는 장치 등이 없이 검찰에 송치하게 돼 있다. 절차도 없이 바로 보내게 돼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행과 바뀐 게 전혀 없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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