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엔 시장(Cho Shin Vien) |
아시아투데이 김초희PD = 신비엔 시장(Cho Shin Vien)은 재래시장이다. 하노이 어느 동네를 가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시장이다. 시장 이름 하나만 특이하다. 시장 건너편에 하노이국립대학과 하노이사범대학이 있어 ‘학생시장’(Cho는 시장, Shin Vien은 학생)이 된 것 같다고 한 상인이 무표정으로 말했다. 주변에 스타벅스 커피점이 있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시장의 매상과는 무관하다. 이 시장의 주 고객은 동네 사람이 아니다. 하노이 시 각 동네에 있는 소매 채소상들이다.
지난 20여년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서 하노이 외곽의 동네시장들은 자연스럽게 대형시장으로 변했다. 신비엔 시장의 위치는 하노이 서북부에서 하노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다. 한인타운이 있는 미딩단지에서 하노이 서북부에 있는 노이바이 공항으로 가다보면 이 시장이 보인다. 차 안에서는 이 시장의 진면목을 하나도 볼 수가 없다.
신비엔 시장은 새벽 4시에 문을 여는데 상인들은 자정부터 불을 밝힌다. 멀리 중국에서 또는 서북구 각 성에서 농산물이 유입된다. 동네 시장 신비엔 시장은 어느 날부터 채소 전문 시장이 되었다. 취급 상품의 90%는 채소다. 철 따라 없는 채소가 없다. 베트남 채소의 전시장이다. 상인들은 채소를 닮아 가볍고 싱싱한 청춘으로 보인다. 곡류, 육류, 어류, 과일류 등은 구석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여인천국이던 이 시장에 남자 고객이 늘고 연령대도 젊어졌다.이 곳의 주 고객인 동네 소매상들은 6시 이전에 볼 일을 다 본다. 6시 이후로는 소매가 많다.
재래시장은 공급과 유통의 불안정으로 가격의 등락폭이 매일 춤춘다. 부지런한 발품이 필요하다. 사고 파는 치열한 전쟁 속에서도 재래시장은 뜻하지 않게 철학적 사색의 공간을 제공한다. 상인들의 얼굴과 몸짓을 보면 시간은 저속으로 흐르고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아 광속으로 변하는 세태에서 잠시 벗어나 시장의 길목에서 삶의 의미와 마주치게 된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베트남은 외국기업의 전쟁터가 되었다. 유통업도 2000년 초부터 외국계의 진출이 거세다. 하노이는 독일에서 투자한 Metro, 프랑스 계열의 Bic C, 한국의 롯데마트, 대형몰인 일본의 Aeon몰 등이 사세를 넓혀가고 있으며, 호치민시에는 하노이시보다 한발 빠르게 진출했었다. 베트남 회사로는 국영기업인 Co.op Mart와 Vin그룹의 Vinmart의 성장이 눈에 뛴다. 최근에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니마트와 편의점, 차별점의 직영점이 계속 늘고 있다.
베트남의 재래시장은 아직은 힘이 세다. 현재 베트남 유통시장에서 재래시장은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 유통 시장은 소득 수준이 높은 몇 개의 대도시에 국한되어 있고 현재 각 성으로 직영점을 신설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에 비해 농촌의 소득은 30% 수준으로 구매력이 없다. 신 유통은 상당한 기간 동안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
신유통들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재래시장의 장점을 재해석하고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소비 트랜드를 주도해 간다고 하지만 당분간 돈잔치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겁나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도 베트남 유통업의 변수다. 현재 온라인 쇼핑 1위 독일계 Lazada는 도시인들의 생활이 되었다. 베트남 유통 시장은 재래시장과 신 유통과 온라인 시장이 혼재하고 있다.
채소 전문 신비엔 시장은 경쟁력이 있다. 채소부문에 있어서는 ‘카테고리 왕’이다. 다양한 품목과 저렴한 가격은 기존 신 유통들이 ‘돈 들여서’ 진입할 부문이 못된다. 신비엔 시장에 가면 어린 채소 상인들이 있다. 2대에 걸친 상인들이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디지털로 무장하여 채소를 팔고 있다. 신비엔 시장의 변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 윤 하는 2004년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살면서 교민잡지<좋은 베트남>을 발행하고 있다. 이전에 연세대학교 저널리즘으로 석사. ㈜오리온 초대 비서홍보팀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