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의 '대담한 젊은 지도자' 김정은 '통 큰 결단' 주목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
두 정상 '진정성' '실현 가능성' 담보돼야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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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남북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에서 만난다.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은 2000년 김대중·김정일, 2007년 노무현·김정일에 이어 세 번째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심장부인 평양에 깊숙이 들어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좌했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반대로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남북 군사분계선(MDL)을 직접 넘어서 남쪽으로 내려와 문 대통령과 악수한다.
한국전쟁이 종전(終戰)이 아닌 잠시 멈춘 65년 간의 휴전(休戰)·정전(停戰) 상태에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 땅을 처음으로 밟게 된다.
그것도 할아버지인 김일성 국가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북한을 이끌고 있는 34살의 젊은 지도자다.
이 ‘대담한’ 김 위원장과 65살의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떠한 ‘역사적 담판’을 지을지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판문점으로 쏠리고 있다.
오랫동안 외교·안보·군사 현장을 취재해 온 기자로서 남북 정상에게 꼭 이 한 마디는 하고 싶다.
“뜨거운 가슴으로 만나 포옹하고 냉철한 머리로 합의해 달라”는 당부다.
남북 두 정상이 비록 처음 만나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만나야 ‘진정성’이 담보되고, 냉철한 머리로 합의해야 ‘미래 실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진정한 남북관계의 개선은 남북 모두의 ‘진정성’과 ‘실천 가능성’이 동시에 담보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난제(難題)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남북 간 진정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5월 말이나 6월 초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두 어깨에 남북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역사적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이번 만남에서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 공동체의 운명’이 이번 정상회담에 달렸다는 절박한 ‘진정성’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담대한 판문점 선언’을 이뤄내야 한다.
미·소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도 28년이나 됐다. 한반도에서도 ‘불안한’ 정전 65년이 됐으면 이젠 군사분계선과 철책선을 걷어 낼 때가 됐다.
한국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이 재방한 행사를 할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
“같은 말을 쓰고 한민족이면서 왜 남북한이 60년 넘게 왕래조차 못하고 이산가족의 고통을 겪으면서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같은 민족인 남북 간 최소한 인적 교류와 서신 교환, 통신 연락은 돼야 하지 않느냐”며 인도적 차원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간절히 바랐다.
한국전쟁 피란민 아들인 문 대통령은 부모가 모두 함경남도 흥남 출신으로 이산가족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록 처음 만나지만 한반도 평화를 여는 시작이며 자주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
자주 만나야 진정성도 생기고 실천 가능한 방안도 차근차근 이행해 나갈 수 있다.
천재일우의 이번 기회를 두 정상이 절대로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올 가을 서울에서 북측 예술단의 감동적인 ‘화답’ 공연을 꼭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