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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를 북·미 중재로서 풀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비핵화 해법은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됐다. 중국 없이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중국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지가 중요한 숙제로 다가온다.
다만 한·중 관계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인해 지난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가 지금은 점차 풀려가고 있어 다행이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으로 한·중은 회복단계를 넘어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
한·중 관계 개선 흐름에 맞춰 오는 20일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2차 한·중 경제공동위원회도 열린다. 2년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양측은 경제협력 현황을 평가하고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점검하며 주요 관심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번 경제공동위원회는 한·중 간 경제분야 협의체가 다시 가동되고 교류협력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협력 모멘텀을 보다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최근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가 눈에 띄게 풀리면서 한·중 관계는 발전적인 관계로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중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언제든 중국과 갈등관계에 빠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있어서 한·미가 한 팀, 북·중이 상대팀으로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도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북·중 관계가 밀접해질수록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타결할 수 있는 현안들의 범위는 중국의 이해관계로 인해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진핑 주석의 6월 북한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중재 역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을 적극 끌어 안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정책과 우리 정책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면서 그 모멘텀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또 전문가들은 남중국해나 무역·대만 문제 등으로 미·중 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중국과의 전략대화를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국의 각기 다른 북한 비핵화 로드맵을 조율하는데 있어서도 중국 측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한반도 대화국면의 첫 시작 때부터 중국을 참여시키는 것은 오히려 대화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 남북, 북·미, 남·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 이후 중국이 평화체제 단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 긴급진단: 한·중 관계 최대 현안과 해법 |
“북·중 한팀되는 상황…지금은 남북 정상회담 성공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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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는 구조적으로 힘들 것이다. 북한에 끌려갈 가능성도 크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우리 정부의 생각대로 나와줘야 어떤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북한이 우리 생각과 다르게 나오면 우리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잘 치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비핵화라는 큰 틀을 정하고 ‘우리식 방안’이 있다면 이를 가지고 북한을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문재인정부 신북방·신남방정책, 중국 일대일로와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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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앞으로 북·중 관계가 많이 좋아질 것이다. 우리는 남·북·중이나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신남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같이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과거 냉전 때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가면 안 된다. 우리는 균형자적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면서 그 모멘텀으로 중국과 관계개선을 하고 이를 경제협력으로 끌고 가야 한다. 안보 이슈는 6자회담 등 다자안보 구조로 접근하면 한·중간 서로 협력할 공간이 많다고 본다. 북핵 문제는 우리가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단계적인 행동 대 행동으로 해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한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중국 반드시 포함시켜 역할 하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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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대화국면의 시작부터 6자회담 등으로 행위자가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지면 대화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 북·미, 남·북·미로 해서 어느 정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 중국이 평화체제 단계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결코 중국을 빼놓고 갈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중국을 빼고 갈려는 것을 중국이 인식하게 되면, 비핵화 문제 등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붙잡고 방해할 것이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북이 미국에 붙어서 동북아가 새롭게 미국 중심의 지형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중국과 정보를 공유하고 합의해가면서 결코 특정국가의 국익을 해치지 않겠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한 별도의 외교트랙이 꾸려져서 그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
“정부, 미·중 사이 외교적 딜레마…중국과 전략대화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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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미·중 입장에서는 각각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한국이 편들어주기를 원할텐데 그때마다 한국은 입장을 정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북·미 대화를 중재하면서 중국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우니는 외교적으로 미묘한 딜레마에 봉착하는 전략적인 이슈들이 많다. 따라서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경제적인 이슈보다 이런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차원에서 전략대화를 활성화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한·중 최대현안 북핵문제…비핵화 로드맵 중국과 많이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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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한·중은 비핵화 합의에 이르는 과정과 그 다음 합의를 이행하고 실행하는 조치에 관해서 서로 많이 조율해야 한다. 지난 3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로 남·북·미·중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북·중은 단계적·동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합의했고 미국은 우리와 가까운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의 가닥이 잡히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우선순위에서 한·중 간 많이 조율돼야 하고 북·미, 미·중 간에도 조율이 이뤄져야 한다. 각자 표현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비핵화 방안이 나타나고 있는데 총괄적이고 통합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