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3·5·10규정(음식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등 가액범위)이 정해지면서 타격을 입은 축산, 화훼, 수산업 등의 매출 감소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찾는 시민들이 많지 않아 한산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상인들은 손님의 발길이 계속 줄고 있어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과거엔 명절 때만 되면 제수용품이나 선물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양모씨(65·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부정청탁이 근절된 것 같아 좋지만 불황이 계속되면서 상인들한테는 너무나 가혹한 법으로 다가온다”며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역사가 깊은 시장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이 점차 줄면서 상인들이 가게 운영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씨(52)는 “법 시행 직후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위축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다”며 “소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로도 5만원에 맞는 선물을 만들기 쉽지 않아 대목인 명절을 앞두고 골치를 썩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혼·승진·장례 등 경조사에 빠지지 않던 화환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급속도로 줄자 화훼 업계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왕십리동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임모씨(49·여)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꽃꽂이하는 직원 3명을 해고했지만 운영이 어려워 가족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난과 화환물량이 크게 줄었고 주변에 장사를 접은 분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꽃집 주인 김모씨(34·여)는 “김영란법 시행 전과 비교해 물량이 크게 줄었다”며 “관공서로 가는 난은 거의 없어 매출에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난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공개되다 보니 서로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식사비용 한도가 3만원으로 정해지면서 과도한 접대와 회식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한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진모씨(60·여)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보다 손님이 많이 줄어들어 관리비도 제대로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소고기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돼지고기를 많이 찾고 직장인들의 회식메뉴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56)는 “김영란법에 맞춘 가격에 메뉴를 내놓았지만 그마저도 잘 팔리지 않고 있다”며 “법 시행이후 소비를 위축시키는 것 같아 영세민들만 피해를 받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문식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김영란법 제정 이후 예상대로 소상공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그 중 화훼, 농축산업계가 가장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등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