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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회장은 23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의 지분 인수) 조건이나 계획에 대해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면서도 “(도시바로부터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3D낸드에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여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낸드플래시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인 3D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64단 낸드를 생략하고 곧바로 72단 낸드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강수를 내세우기도 했다. 도시바 지분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은 3D낸드 기술력 향상에 도시바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창시자이자,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20%를 보유하고 있는 2인자다. 도시바는 최근 반도체사업의 지분 19.9% 매각 의사를 밝히고 업계로부터 지분 인수 제안서를 접수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에 대한 지분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원전사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예상보다 커지자,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 매각 지분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여 24일 재입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지분을 매각해 조달하려는 금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뒷받침할 낸드플래시는 당분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전망이다. 특히 제조업체들이 2D낸드에서 3D낸드로 전환해나가면서 초기 수율 확보에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이날 하반기 낸드플래시의 공급 부족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낸드플래시 업황에 대해 “상반기는 좋고 하반기는 불확실하다”면서 “(낸드플래시의 경우) 모바일이 중요한데, 현재 2D(낸드)에서 3D(낸드)로 전환되는 시점에 놓여 있어 3D(낸드의) 수율이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를 이끌어나가는 것과 더불어 박 부회장은 반도체협회장으로서 산업 전반의 생태계 구축도 고민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산업의 기본 토대는 반도체 기술이다. 올해 협회의 목표는 대·중견·중소기업 간에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 반도체 수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규모가 몇년 전 600여 개에서 최근 1000여 개 업체로 성장한 반면 우리나라는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면서 “협회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나 타 업계의 도움을 받아 (반도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