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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이버로는 드물게 이달말 독일 라인란트팔트주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리는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하는 강병휘(37·모빌리스타 에디터) 선수의 각오다.
그는 오는 13일 출국해 17일 예선을 치른다. 독일 드라이버 한 명과 한 팀을 이뤄 배기량 3000cc급 클래스에 출전한다. 예선을 통과하면 5월 28~29일 200여개 팀이 겨루는 결승 레이스 참가한다.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정해진 코스를 24시간 쉬지 않고 달리는 경기다. 보통 세 명의 드라이버가 한 팀을 이뤄 번갈아 탄다. 빠르게 달리는 동시에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성능과 내구성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강 선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자동차 경주인 KSF 시리즈 챔피언에 두 차례 올라 실력을 인정받았다. 포르쉐·크라이슬러·피아트 등 수입차 업체 상품담당으로 일하면서 레이싱을 병행하는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참가 선수를 공개적으로 뽑는 방송 프로그램인 SBS <더 랠리스트> 최종 5인 후보에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 현재 자동차 월간지 <모빌리스타> 에디터로 활동중이다. 대원외고,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강 선수의 또 다른 강점은 유창한 영어다. 강 선수와 실력이 비슷한 레이서는 국내에 여럿 있다. 외국 드라이버나 엔지니어와 자연스럽게 소통을 할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는 편이다.
“예선에 참가하려면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내구 레이스 룰과 경기장을 익히는 자율 학습 방식이다. 오답이 나오면 해결할 때까지 반복학습이 이어진다. 6시간 정도 끈기 있게 문제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룰을 익힐 수 있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다른 자율학습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강 선수는 “해외 모터스포츠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약 4000만원을 후원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애로 사항”이라고 말했다.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는 1970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로 44회째다. 프랑스 르망 24시, 벨기에 SPA 24시와 함께 세계 3대 내구레이스로 꼽힌다. 관람객이 25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국제대회다. 뉘르부르크링은 길이가 25km에 이르고 난이도가 높아 ‘지옥의 코스’로 불린다. 특히 20km에 이르는 북쪽 코스는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극한 환경을 이용해 신차를 테스트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참가팀은 24시간 동안 최대 3900km를 달린다. 200대가량 참가하지만 통상 절반인 100여대만 완주한다. 야간 시야가 제한적인데다가 코스가 길어 안개 및 우천 등 기상 조건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험난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처럼 국내 모터스포츠의 무대가 세계로 넓어진다.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 벗어나 모터스포츠의 본고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현대자동차는 2014년부터 WRC에 출전중이다.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고성능 모델 개발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2000년 WRC에 첫 출전한 후 2003년 철수한 바 있다. 2012년 새로 꾸린 WRC팀은 2014년 첫 출전해 종합 4위에 오르고 2015년에는 3위에 오르는 등 짧은 역사에 비해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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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들은 한국은 물론 해외 모터스포츠에도 무관심하다. 마케팅이나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 선수도 스폰서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는 “국내 모터스포츠도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이 해외 경기에 직접 참가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며 “해외 경기 참가를 위한 길을 개척하는 면에서 매우 뜻 깊은 도전”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도 N브랜드를 앞세워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참가와 한국인 드라이버의 개별 도전은 마니아를 중심으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