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헌재가 이같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인물들이 다시 국회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마한 옛 통진당 세력은 66명이다. 이중 55명은 지난 2월 창당한 민중연합당 소속이고 무소속이 11명이다. 특히 이 가운데 2013년 5월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모임에 참석한 인물이 12명이나 된다. 당시 RO모임에서는 전화국 유류저장소등 국가기간시설파괴를 모의한 것으로 밝혀졌었다.
민중연합당은 옛 통진당 세력이 주축이 돼 다시 만든 당이다. 기본정책으로 자주와 평화정책, 민주주의 실현, 인권중심, 재벌책임 강화, 생태환경 보호 등 12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자주와 평화, 생태와 여성, 평화와 통일, 자유와 인권 등을 당헌에 명시했던 옛 통진당의 기본정책방향과 쏙 빼닮았다.
서울 관악을에 민중연합당 후보로 출마한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열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모임에서 “박근혜 정권이 통진당을 해산했지만 다시 일어선 민중연합당에 신구당원들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중연합당이 사실상 옛 통진당을 재건한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민중연합당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설사 지역구에서 거대 여야당에 밀려 당선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정당투표에서 일정득표를 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통진당은 지난 19대 총선 정당투표에서 10.3%(219만8405표)를 얻어 6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만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옛 통진당 지지세력이 100만표 정도 되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적어도 6~7%의 정당지지율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옛 통진당 세력이 이번 총선에서 최대 3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럴 경우 통진당 해산과 소속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한 헌재의 판결이 무력화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옛 통진당 의원들이 헌법상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배한 행동에 대해 반성하거나 국민에게 사과한 적도 없다. 유권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