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수입 준중형 SUV 시장 1등은 폴크스바겐 티구안이 차지했다. 9467대로 SUV는 물론 수입차 전체 1위다. 도요타 라브4는 1908대, 혼다 CR-V 1371대를 기록했다. 라브4와 CR-V는 가솔린 모델치고는 선방했지만 디젤과 비교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가솔린 SUV가 경쟁 우위에 서려면 무엇보다 연비가 좋아야 한다. 일반 가솔린 엔진으로는 디젤을 따라갈 수 없다. 하이브리드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SUV가 몇 종류 나왔지만 대중 SUV 시장에는 없다. 이번에 선보인 라브4 하이브리드 SUV가 처음이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는 13.0km/ℓ로 동급 디젤 SUV와 비슷하다. 연비 하나만 놓고 보자면 디젤 SUV의 대안이 될 자격을 갖췄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4세대 라브4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파워트레인만 다를 뿐 안팎으로 거의 같다. 바로 전 모델과 비교하면 달라진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공기흡입구를 최소화한 전면부 디자인이 독특하다. 뒤쪽은 LED 면발광 방식을 도입한 투명한 테일램프로 세련미를 살렸다.
|
공간은 앞뒤 모두 넉넉하다. 뒷좌석 공간이 특히 편한데 등받이 조절 각도 범위가 꽤 넓다. 바닥 가운데도 튀어나오지 않고 평평해서 여유를 더한다. 트렁크도 꽤 크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공간은 더 커진다. 트렁크 도어는 전동식이라 편하게 여닫을 수 있다.
|
시동을 걸어도 움직이기 전까지는 엔진과 모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스르르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속도를 올리고 힘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본격적으로 엔진과 모터가 번갈아가면서 또는 함께 힘을 낸다. 엔진과 전기모터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매끈하기 때문에 주행 감각은 가솔린 모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속은 여유롭다. 순간적으로 급하게 속도를 올릴 때에는 좀 더디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주행모드는 전기로만 달리는 EV, 연료를 절약하는 에코, 힘차게 달리는 스포츠, 평범한 노멀 모드로 나뉜다. 각 모드마다 차이가 제법 느껴진다. 운전을 얌전히 하는 스타일이라면 에코 모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스포츠 모드는 격한 역동성보다는 좀더 힘찬 느낌을 주는 수준이다.
|
시승코스는 서울 잠실에서 경기도 청평 자연휴양림을 돌아오는 왕복 120km 코스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 구간이 80% 차지한다. 보통 하이브리드 시승은 연비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인데 이번 시승은 가속성과 안정성 체험에 주안점을 뒀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이고 가속을 자주 했더니 연비가 9.2km/ℓ가 나왔다. 10대의 참가차 연비는 8.4~11.4km/ℓ 범위다. 가는 길 역시 고속도로 구간이 길었지만 속도를 내볼 구간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14.0km/ℓ를 기록했다. 참가차는 10.1~14.3km/ℓ 범위를 보였다. 실생활에서 일반적인 운전습관으로 탄다면 공인연비 이상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연비 높은 대중 하이브리드 SUV는 꼭 필요하지만 그동안 국내 시장에 없었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대중 SUV 시장의 틈새를 공략한다. 디젤 일색인 SUV 시장에 선택의 폭을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