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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달라져야 한다 中] 변호사시험 위주 수업·과도한 등록금 부담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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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규 기자

승인 : 2016. 01. 05. 06:00

사법시험 폐지를 둘러싸고 법조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 양 측으로 나뉘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은 학사일정은 물론 정부가 시행하는 시험까지 거부하고 나섰고 고시생들은 삭발까지 감수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법무부의 ‘사시 폐지 4년 유예’ 방침 발표가 도화선이 되긴 했지만, 내년 사시 폐지를 앞두고 어차피, 어떤 식으로든 불거질 문제였다.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는 각자가 속한 단체,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의 법학과 교수들이 ‘사시 존치’를, 이미 로스쿨을 운영 중인 대학의 교수들이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로스쿨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사시 폐지’를, 고시생들이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것 역시 각자의 입장에선 생계가 걸린 문제다.

이 같은 논란의 근저에는 지난 2005년 다소 성급하게 도입이 결정된 현행 로스쿨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들이 전체 로스쿨의 실상을 반영한다 할 순 없겠지만, 로스쿨 입학과 졸업, 그리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잡음은 로스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갈등은 결국엔 국민의 뜻을 모아서 국회에서 정책적인 판단을 통해 풀어야할 문제다.

하지만 사시가 계속 존치되든 폐지되든, 그와는 상관없이 로스쿨은 달라져야 한다. 사시 존치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로스쿨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우리나라 법조인 양성의 기본 제도로 자리 잡았다. 사시가 몇 년 더 존치되거나 혹은 계속 병존한다 해도 그 기본 틀이 바뀌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을 더 고민하고 매진해야 할지 분명해진다. 바로 현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고쳐나가는 일이다.
파행 피한 제5회 변호사시험 정상 시행<YONHAP NO-0653>
제5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진 4일 오전 응시자들이 서울 중앙대학교에 마련된 시험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이진규 기자 = 사법시험 존폐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커리큘럼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스쿨 교육과정에서 특성화가 배제된 변호사시험 관련 과목 위주의 수업진행과 과도하게 비싼 로스쿨 등록금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지방 로스쿨에선 특성화 과목의 수강률이 10%도 안됐다. 로스쿨 도입 당시의 특성화 취지에 맞지 않게 변호사시험 위주로 커리큘럼이 구성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로스쿨 측과 재학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특성화 과목을 잘 마련해놓아도 소용이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제5회 변호사시험의 응시 접수자는 3115명으로 이 가운데 2864명이 시험에 응시해 91.9%의 응시율을 기록했다. 올해 합격자 정원이 1500명인 점을 감안하면 합격률은 약 52%에 그칠 전망이다.

실제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1회 87.25%, 2회 75.17%, 3회 67.63%, 4회 61.11%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였던 특성화 교육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변호사시험 위주 커리큘럼, 결국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해결돼”

당초 로스쿨은 인재 교육의 전문화를 통한 양질의 법조인 양성을 표방하며 도입됐다. 이에 따라 로스쿨은 학교별로 특성화 과목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립대는 법인세법을 비롯한 조세를, 건국대는 부동산공·사법 등 부동산 분야를 특성화 과목으로 개설했다. 충남대는 특허법 등 지적재산권을 강조하고 있고, 전북대는 중국법 등 동북아 관련 과목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특성화 취지에도 로스쿨 재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 출제되는 과목들 위주로 수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스쿨 측도 학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평가와 직결돼 이들 과목들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로스쿨 재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출제되는 과목에 집중하면서 특성화 취지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평가와 직결돼 특성화 과목 교육을 강화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과 교육부 자료를 보면 특성화 과목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2~2014년 특성화 과목 수강률이 50%를 넘는 곳은 서울대(50.9%) 1곳에 불과했다.

특히 지방소재 로스쿨에서 특성화 과목 기피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전북대의 경우 일본사회와법, 중국법, 동북아환경법, 동북아경제법 등 15과목을 특성화 과목으로 개설했지만, 이 기간 동안 수강률은 0.7%에 불과했다.

충남대 역시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특허법, 상표법, 저작권법, IT법 등 18개 과목을 운영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수강률은 2.2%에 그쳤다. 이와 함께 △충북대(2.6%) △원광대(4.1%) △부산대(4.7%) △영남대·경북대(이하 4.9%) △동아대(9.5%)도 수강률이 낮은 대학으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법조계에서는 로스쿨이 변호사시험 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봉주 변호사는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변호사시험과 무관한 수업일 가능성이 높은 특성화 분야 교과목을 거의 선택과목으로 규정해 굳이 로스쿨에서 특성화 분야를 접하지 않고서도 로스쿨을 수료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는 이어 “로스쿨에서 소위 학점관리를 위해 학교에서 기본법 과목을 수강하지 않고 변호사시험 대비를 위해 학원 강의를 수강하는 등 로스쿨 교육이 학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는 이에 대해 “변호사시험을 당초 자격시험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안하고 합격률을 50%까지 떨어뜨리니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오 교수는 이어 “로스쿨에서 특성화 과목을 아무리 탄탄하게 만든다고 해도 변호사시험 체제를 자격시험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집중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스쿨 출신 정모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합격이 시급한 학생 입장에선 변호사시험 과목을 우선적으로 수강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로스쿨 특성화 과목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이를 로스쿨 문제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비법학도가 3분의 1인 로스쿨 재학생들은 로스쿨 3년 과정을 통해 기본 법학만 익히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로스쿨 과정에서 기본 실력을 탄탄히 하고 특성화 과목은 로스쿨 졸업 후 로펌에서 익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또 “미국 로스쿨에 비해 국내 로스쿨에선 아직도 법대 시절 이론 위주의 구태의연한 강의가 이뤄지고 있어 실무 교육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며 “실무 교수 비중을 50% 이상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로스쿨 장학금 제도 개선돼야”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돈’이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쪽에선 로스쿨 제도가 부유한 자제를 일컫는 소위 ‘금수저’에게만 유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스쿨 등록금이 비싸서 실력이 있어도 돈 있는 집안 자제만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금이 가장 비싼 학교는 고려대 로스쿨로 1학기당 1037만1000원이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연세대 로스쿨로 1학기당 1023만8000원을 기록했다. 로스쿨에 3년간 장학금 없이 재학할 경우 등록금 비용만 6000만원 이상 드는 셈이다.

로스쿨 등록금은 이처럼 비싼 반면 장학금 지급률이 오히려 감소하는 로스쿨도 있었다. 강원대 로스쿨의 경우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이 2011년 80.43%에서 2014년 1학기 기준 24.4%로 크게 감소했다.

박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15개 사립 로스쿨의 등록금·장학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학교의 장학금 지급률은 2012년 44.5%에서 지난해 40.3%로 4.2% 줄었다.

오 교수는 “로스쿨별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제도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고 정부도 37억원을 로스쿨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로스쿨 학생 가운데 가구소득 2600만원이 안 되는 학생이 20%가 넘어 부유한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해 학업을 계속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의미도 있지만 성적이 뛰어난 학생에게 훌륭한 법률가가 되도록 격려하는 의미도 있어 이 둘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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