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가구 소비의 한 단면이다. 1인가구는 1980년부터 계속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0년 이후에도 증가속도가 가팔라져 2010년에는 우리나라 대표 가족 구조인 4인가구를 앞질렀다. 2010년 1인가구 비중은 23.9%(414만 가구)를 기록했으며, 4인가구는 22.5%였다. 비혼·만혼의 증가, 이혼 및 별거, 기러기 가족 등으로 1인가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소비의 주체를 1인가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이미 유통업계에선 이들을 겨냥해 판매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싱글슈머’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싱글슈머’는 1인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면서 자신들만의 생활 패턴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일정한 수입을 얻고 있으며 부양가족이 없이 수입 대부분을 자신들만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에 씀씀이가 큰 편이다. 이들은 ‘성능 대비 가격(가성비)’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를 즐기면서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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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의 증가로 가장 호황을 맞고 있는 업계가 바로 편의점이다. ‘근거리 쇼핑’ ‘소포장 상품’ ‘편의성’ 등 1인가구의 쇼핑패턴과 맞아떨어지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불경기에 고전할 때도 두자릿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끼 식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도시락’의 매출이 눈에 띈다.
편의점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44% 올랐다. 저녁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의 도시락 매출 신장률도 전년에 비해 28%로 뛰었다. GS25에서도 도시락 매출은 2013년 65.6%, 2014년 43.8%, 2015년(1~10월) 52.9% 등 매년 평균 5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하며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1인가구가 몰려 있는 상권을 ‘독신상권’으로 지정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독신상권의 매출 신장률은 2013년 2.7%, 2014년 8.2%, 2015년 18.4%로 올랐는데, 그중 스팸김치덮밥·황태해장국밥·육개장국밥 등 간편식이 전년 대비 172.8%로 크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1인가구의 소비패턴을 읽고 이들의 구미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늘린 것도 주효했다. CU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업계 최초로 1ℓ짜리 PB생수 ‘미네랄워터(800원)’를 출시해 전체 생수 매출에서 PB생수의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렸다. GS25는 ‘1+1’ ‘2+1’ 상품의 +1로 제공되는 증정품을 앱에 보관했다가 유효기간 중 전국 GS25 어디서나 찾아 사용할 수 있는 1~2인 가구 고객에 맞춘 모바일 앱 ‘나만의 냉장고’를 개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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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묶음 판매의 원류인 대형마트도 1~2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상품을 대폭 확대하는 등 싱글족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는 나홀로족을 위해 ‘990 야채’를 내세웠다. 기존 포장에서 3분의 1가량 중량을 줄인 당근·양파·마늘·대파·고추 등 필수야채 10여가지를 990원에 판매하는 전략이다. 주요 구매고객이 1~2인 가구로 야채 내 20%가량 매출 구성비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손질한 대파나 샐러리 등 손질 채소팩과 반모, 4분의 1 두부도 잘 팔린다. 소량두부 판매는 지난해 15% 매출이 증가했다. 조리과정 없이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이마트의 간편가정식 브랜드 ‘피코크’의 상품 매출은 올해(1~10월) 들어 50.2%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특히 반찬류인 피코크 ‘찬’은 퇴근 후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직장인들로 인해 서울시내 지하철·전철역 인근의 매장인 용산·왕십리·신도림·영등포·여의도 점포에서 전국 평균 점포 대비 2.4배 매출이 높았다.
홈플러스도 올해 간편식 매출은 소비침체와 강제휴무에도 21.1% 증가했다. 홈플러스 측은 “다품종 소량 소비하는 경향으로 소용량 상품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라면·시리얼·즉석밥·통조림 등과 같이 가공식품에서 주류를 이루던 소용량 상품이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 간편식뿐 아니라 신선식품으로도 대폭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홈플러스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올해 1월 출시한 ‘싱글즈 프라이드’는 46종에서 현재는 100여종에 이를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또 요리별로 필요한 채소들만 모아 소포장한 ‘간편채소’도 선보이며 반응이 좋다.
이밖에도 홈플러스는 기존 와인의 4분의 1 용량인 187㎖의 심플리 와인, 전자레인지에 데워 바로 즐기는 머스타드 연어·갈릭연어 스테이크 등 수산 간편식, 필요한 만큼만 포장을 뜯어 정육을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는 한우 멀티팩 등 소용량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 구성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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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소셜커머스 시장을 보면 유독 마트와 배송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많다. 그동안 패션·여행·지역 등에 특화돼 성장했던 소셜커머스가 생필품을 들여놓은 ‘마트’ 카테고리를 장착하고 배송에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1인가구의 증가와도 맞물린다. 혼자 장보기를 꺼려하는 싱글남성은 물론 무거운 짐이 부담스런 싱글여성까지 아우르며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티몬은 올해 생필품 최저가 쇼핑 카테고리 ‘슈퍼마트’를 핵심으로 싱글족은 물론 외부에 장을 보러 나가기 어려운 육아맘 등에 호응을 얻고 있다. 핵심상품의 경우 온라인최저가보다 최대 10%까지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며, 소량으로 다양한 품목을 구매하더라도 장바구니에 담아 한번에 결제하면 묶음배송을 해줘 지난 6월 론칭 이후 매달 평균 50%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송파·강남·서초 등 3개구에 한해 당일 새벽 5시 이전에 주문하면 그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슈퍼배송도 실시 중이다. 티몬은 연말까지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쿠팡 역시 1인 가구의 증가에 다라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낱개로 포장된 견과류와 가정간편식 등은 10월 판매량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0% 증가했다. 90여가지 다양한 가정식 반찬을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고, 소포장으로 담아 편리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반찬천국 수제반찬 90종’도 현재까지 4만7000개 이상 판매되면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신속배송으로 특화된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더해져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