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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재계 등에 따르면 후계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을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 해외계열사 소유 실태 파악에 나선 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롯데그룹에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의 대표자와 재무현황 등의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롯데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인 국세청은 타 계열사로 조사를 확대할지를 고심 중이고, 관세청 역시 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의 재허가를 앞두고 롯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과 공정위는 6일 당정협의를 통해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공세는 물론이고 기업 국적 및 국부유출 논란 등 ‘반(反) 롯데’ 정서의 확산도 롯데그룹을 곤혹케 하고 있다. 힘들게 쌓아온 기업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한 데다 롯데 계열사 제품과 시설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소비재 중심의 그룹 매출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고 정부가 공세 수위를 높여가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당사자들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의 경우 지난 2일까지 신 총괄회장의 지시서와 음성, 동영상 등을 공개하고 방송 인터뷰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쳐 왔으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귀국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미 갖고 있는 패를 다 보여줬다고 볼 수 있으나 여론전이 의도와 달리 역풍을 맞은 데 따른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어 인터뷰로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 데다 “신동빈 회장이 부친께 손찌검을 당했다”는 폭로전도 서슴치 않아 비난을 산 만큼 여론전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귀국 당일인 3일 신 총괄회장과 회동 이후 제2롯데월드를 방문하고 이튿날 오산 물류센터, 롯데수원몰 방문 등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온 신 회장도 최근의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이라도 하듯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양측 모두 직접적인 여론전보다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대비해 우호지분 확보 등 물밑 작업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주총 일정이 정해지거나 경영권 향방에 중대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무게추를 가져오기 위한 여론전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친족 세력과 함께 반격에 나서 또다시 막장 드라마식 폭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