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중국은 확실히 명시하지 않았으나 ‘지도자급 인물’이 장례식과 조문활동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언급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직접 조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리 전 총리의 조문을 계기로 싱가포르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릴지 주목된다.
이날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리 전 총리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국회 승인을 얻으려고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인접한 여러 국가의 전·현직 정상이 장례식에 가기로 한 점과 자국이 싱가포르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해 과거사 문제로 얽힌 국가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침략을 당했던 역사가 있고, 1942년 일본은 싱가포르 내 중국 화교들을 대량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생전 일본이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 것에 대해 끝까지 분노했다.
일본은 과거사 태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도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리 전 총리 조문을 계기로 역사 수정주의적 관점을 탈피하는 태도변화를 보여준다면 지난 한·일·중 외교장관회의에서 합의된 3국 정상회담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이번 싱가포르 한·중·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된다.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정상회담이 합의된 만큼 아베 총리가 싱가포르에 오고 시진핑 주석이 온다면 박 대통령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시진핑 주석간 각각 양자회담을 한다면 다소 의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반면 다자간 만남의 경우 크게 고민하지 않고 조우하는 형식으로도 가능해 외교적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리 전 총리 조문에는 박 대통령과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앞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지난 24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직접 조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등 세계 주요 지도자들이 잇따라 추모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들의 국장 참석이나 조문단 파견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국교를 맺고 있는 북한은 이미 조전을 보냈다. 외교가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박봉주 내각총리를 단장으로 한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조문 계기에 남북 고위급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