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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어떤 의미 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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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승인 : 2014. 12. 22. 15:51

미국 사이버테러 제재 근거 법률해석 논란, 오바마 '정치적' 결정 가능성…한반도 '격랑'
“소니 해킹 전쟁행위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는 기존 프로세스를 통해 관련 사실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니 픽처스 전산 시스템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전쟁이 아닌 ‘사이버 반달리즘(파괴 행위)’라고 지목했다. /사진=CNN
미국이 21일(현지시간)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표명했다. 이 문제는 한반도 주변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발단인 ‘사이버 테러’의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는데다가 정치·외교적 부담도 만만치 않아 실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이뤄질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미국은 1987년 12월 KAL(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이 발생한 다음해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그 후 20년 9개월 만인 2008년 10월 12일 0시(한국시간)를 기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당시 해제는 북한이 핵신고를 하고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하는 등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는 국가는 시리아(1979년)·쿠바(1982년)·이란(1984년)·수단(1993년) 등 4개국이다.
‘테러지원국’은 말 그대로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하는 국가라는 뜻이다. 미국의 국내법에만 적용되는 용어지만 실제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지정된 나라에 적성국 교역법을 근거로 미국의 원조·방산 수출·특정 금융 거래 등을 제한하는 제재를 내리고 있다.

이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기수출도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 등의 지원도 받지 못하며, 다른 국가의 대외 원조 대상이 되지 못하고 국제 교역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북한이 6년 만에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오를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강해지면서 고립이 더욱 심화됨은 물론이고 돈줄도 막힐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을 실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반복적으로 국제 테러 행위를 지원했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데 이때 테러 행위는 전통적으로 사이버 테러보다는 폭력적이고 물리적인 공격을 가리킨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려면 △테러조직에 대한 기획·훈련·수송·물질 지원 △직·간접적 금융 지원 △테러조직 활동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다른 형태의 협력 등 입증해야 할 것이 많다.

현재 사이버 테러와 관련된 제재 근거 조항은 불명확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번 재지정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이나 존 케리 국무장관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진행될 여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재지정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만큼 북·미 양국관계는 심각한 대립국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밑 교섭 움직임이 전개돼온 북핵 6자회담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 김정은 정권이 태도를 바꾸기보다는 북한 내부의 강경파 입지를 키워 도발이나 물리적 충돌 위기를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남북관계 및 북·일 외교 현안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최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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