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홍콩 봉황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필요하다면 우리의 능력 범위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접촉을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직접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던 종전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중국은 무역 확대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러시아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5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회동에서 “경기둔화 대처에 도움이 되기 위해 우리는 협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금융지원을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청이쥔 중국 사회과학원 러시아·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중국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면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이를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방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영향력을 확대할 완벽한 기회”라고 말했다.
가오후청 상무부장도 이날 봉황 위성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금융 위기 사태에도 양국 간 경제협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무역규모가 892억 달러 수준인 양국은 올해 목표치인 100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의 무역결제 과정에서 위안화 사용의 비중을 높
여갈 것이라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에너지와 고속철 등을 통해 협력의 폭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양국은 지난 5월 4000억 달러 규모의 동부노선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부노선 가스관 연결을 위한 포괄적 협정도 체결했다.
양국은 또 모스크바와 카잔을 잇는 770㎞ 구간에 고속철을 건설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계약도 체결해 경제 공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방안에는 위안화 투입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속해 있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틀 내에서 중국이 조성한 기금을 러시아에 투입할 수도 있다.
실제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SCO의 틀 내에서 필요할 경우 지원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중국-유라시아 경제협력기금, 실크로드기금 등이 SCO 회원국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남·북·러 경제협력을 통해 극동지역 개발과 에너지 수출의 길을 열려고 노력하는 등 북한과의 경제 교류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내년 5월 2차 대전 승전기념식 참석을 요청했다. 북·중 간 냉랭한 기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자외교무대에 김 위원장을 초대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친러관계를 통해 경제개선과 동시에 중국 일변도 외교정책에서 ‘북·중·러’의 삼각구도로 재편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면 러시아로 건너간 위안화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