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서울시 장애인 수영대회] 1등과 꼴찌는 있었지만… 승자와 패자는 없었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141207010003681

글자크기

닫기

정세진 기자

승인 : 2014. 12. 07. 15:11

장애 선수 학부모, 자녀 독려하고 환경 체크하는 모성애 인상적
CAM00447
발달장애 수영대회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연습중인 참가자들
지난 6일 서울 가양동 기쁜우리체육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 발달장애인 수영대회’.

이날 대회에서 주위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무엇보다 끝까지 완주하려는 참가자들과 이를 격려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경기가 시작되자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대기실에서 참가자들과 어머니들은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대기하는 곳에서 경기 장면을 지켜보다 들뜬 표정으로 “저기…저기서 내가 수영하는 거야?”라며 창을 마구 두드려 곁에 서 있던 어머니가 제지하기도 했다.
홍수웅 기쁜우리체육센터 과장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아이를 경기에 내보내는 어머니들의 따뜻한 모습은 언제 보아도 흐뭇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의 어머니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직접 준비운동을 아이와 함께 하는 등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아이가 중간에 힘들어서 수영을 멈추고 걸을 때마다 어머니와 코치가 곁에 가서 격려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무사히 완주를 마친 아이를 꼭 안아주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대회에 참가한 정예한군(12)의 어머니 장경희씨는 서툰 몸짓으로 물살을 가르고 있는 아들을 아련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폐증세를 보이던 정군이 수영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대기인원이 많다 보니 4년 가까이 기다리고 나서야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장애인 체육시설 인프라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회 관계자는 “지역사회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수영을 시작한 후 어떤 점이 달라졌냐는 질문에 어머니 곁에 있던 정군의 여동생은 “살이 빠졌어요”라고 외쳤다. 어머니는 “살도 빠졌지만 아이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들었고 예전에 비해 밝은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며 웃었다.

한편 고등부에 출전한 정어진군은 이변 경기를 위해 면목동에서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어머니와 함께 왔다. 정군 역시 자폐 증세를 앓고 있으며 수영을 시작한 지 3년이 됐다.

정군의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할 수 있다는 점이 수영에 취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 계기로 작용한 것 같다”며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작년에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하면서 아이가 성취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영장까지의 왕래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군 어머니는 “아들이 수영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고 있다”며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발달장애인 수영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탓에 이날 상당수 참가자들은 1인만이 참가하는 ‘고독한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다.

대회 관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