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앞서 단행된 삼성 정기 임원 인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으로 이번 인사의 승진 규모가 예년 보다 120명 이상 줄었지요. 그럼에도 실적을 낸 인사나 부서에 관해선 확실한 ‘보상’이 따랐습니다.
대표적으로 상무로 승진한 인도계 과학자 프라나브 미스트리(33)가 그렇습니다. 현재 삼성전자 실리콘밸리연구소 소속인 미스트리 상무는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 기어의 새 모델을 제시했고, 360도 3D 영상 촬영 카메라를 개발하는 등 ‘성과’를 냈지요.
외국계에, 33세라라는 나이에 상무로 승진한 건 성과를 중시하는 삼성이 아니라면 가능키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삼성 중국본사에서 대외협력 등을 담당하는 장단단 부총경리가 상무로 승진하는 등 외국계 여성 ‘첫’ 임원이 탄생했습니다.
4일 삼성그룹은 부사장 42명, 전무 58명, 상무 253명 등 총 353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단일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서면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해 123명 줄었지요.
하지만 메모리사업부 승진자는 22명을 기록, 지난해 이 사업부 승진자에 비해 2명 이상 늘었습니다. 메모리사업부가 속한 DS(반도체 부풍) 부문이 3분기 영업이익으로 2조3300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사업부 중 유일하게 호실적을 거둔 데 따른 ‘보상 성격’이지요. 이 사업부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 실적마저 추월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더해 경력 입사자 승진 비율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33.4%를 기록했습니다. 승진 규모가 지난해 비해 대거 줄어들고 6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경력 입사자들의 약진이 눈에 띄고 있는 셈입니다.
공채 출신 위주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재계의 해석입니다. 또 이번 정기 인사가 유력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재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이 같은 삼성식 인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원 규모는 실적 부진에 따라 최소 20% 이상 줄인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실제 삼성전자 관계자는 “30년 가까이 일한 임원도 최근 옷을 벗는 만큼 신상 못지 않는 필벌도 진행됐다”며 “예년 보다 실적 부진이 눈에 띈 올해는 삼성의 인사 특징을 제대로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올해도 어김없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