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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복주택이 영 행복하게 갈무리될 것 같지 않다. 님비현상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이젠 아예 집 열쇠를 시장·군수·구청장들에게 넘겨줄 태세다. 행복은 멀어지고 특혜와 부조리, 위화감이 조장될 여지를 정부 스스로 조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중이다. 이를 보면 행복주택 공급 물량의 절반은 기초단체장이 입주자를 우선 선정할 수 있다. 지자체나 지방공사가 직접 시행할 경우에는 70%까지 확대된다.
국토부의 속내는 뻔하다. 도저히 님비 주민들을 대적할 자신은 없고, 현 정부 말까지 공약한 14만호를 짓기는 지어야 겠고. 그래서 임대주택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열쇠 증정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덕분에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시범지구 물량이 반토막나는 창피를 당했음에도 올해안에 전국적으로 2만6000가구 정도의 행복주택 사업계획이 승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방책은 서승환 장관이 올초 목동 등에서 주민들에게 면박을 당한 이후 위기타개책으로 급조됐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자충수고, 청년들을 행복하게 하기는 커녕 두구두고 위화감만 키우는 암적 요소가 될 수도 있다. 14만호 건설이라는 강박관념에 묶여있는 국토부가 사실상 ‘꼼수 정책’을 쓰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선 국민 혈세로 특정 지역 주민, 그것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꼴이 된다. 행복주택은 국민임대와 같은 예산지원을 받는다. 공사비의 30%는 국가가 내주고 40%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장기 저리로 지원된다.
구청장 등은 입주자를 선정할 때 당연히 자기 지자체 주민에게 우선권을 줄 것이다. 행복주택은 그 개념상 도심에 짓는 것이어서 기존 임대주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입지가 좋다. 젊은층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는 만큼 임대료도 싸게 책정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목동이나 잠실 등 소위 잘나가는 동네에서 구청장이 입주권을 준다고 하면 객지에 나가 있던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자녀 등을 되불러 들여서라도 입주를 시도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민임대와 같은 수준의 예산지원을 받으면서 지어지는 행복주택이 결과적으로 도심지 중산층 내지는 먹고살만한 사람들의 ‘세컨드 하우스’ 정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토호 중심의 기초단체장들이 이런 일종의 이권 사업을 사심없이 원만하게 추진할 만한 역량을 갖췄는 지도 의문이다. 행복주택을 지역 유지들의 사전 선거운동용 선심거리 정도로 타락시키지 않을 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