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업체는 일선 장병들이 입는 옷부터 먹거리, 육·해·공군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험성적서를 조작해온 것으로 확인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의 생명·안위와 직결된 불량 군수품 납품은 원전 비리보다 더 죄질이 나쁜 명백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불량부품을 납품한 군납업체들은 정부 품질검증제도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노렸다. 기품원은 완제품과 핵심부품 중심으로 직접 품질검증을 하고 비핵심 품목은 주 계약업체에 품질관리를 맡기고 있다.
하지만 주 계약업체도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비핵심 품목의 품질관리를 협력업체에 위임해 품질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긴 것이다. 협력업체가 제출하는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기품원과 주 계약업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기품원은 시험성적서가 위·변조된 부품에 대해서는 정상부품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으며 소모된 품목에 대해서는 해당 군납업체의 부당이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성적서가 위·변조된 부품은 K-2 전차·K-21 장갑차·K-9 자주포·K-55A1 자주포 등 기동화력 장비에 주로 납품됐다. 기동화력장비에 납품된 부품의 위·변조는 2465건으로 전체의 89.7%에 달했다.
기품원은 고무류·가스켓류·브라켓·볼트·필터류 등의 불량부품 납품으로 인해 해당 기동화력 장비를 장기간 운용했을 때 내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장 많은 불량부품이 사용된 무기는 K-21 장갑차로 무려 268개의 시험성적서 위·변조 부품이 사용됐다. K-9 자주포, K-2 전차에도 각각 197개, 146개의 불량부품이 들어갔다.
장병 급식재료 중에는 장류·소스류·가공식품 등 27건에서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고추맛기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벤조피렌이 기준치(2.0)를 초과하는 2.5였지만 시험성적서 수치는 1.5로 조작됐다.
장병에게 보급된 운동복·전투복·모자 등 피복에도 내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불량재질이 사용됐다.
한 국방획득 전문가는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되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 행위가 벌어졌다”면서 “적발된 업체는 군납에서 배제하고 기품원도 제도와 시스템, 인력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