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입장을 정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일각에서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개혁에서 안정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나 개혁 과제를 한꺼번에 밀고 나가는 것은 무리와 부담이 따르는 만큼 전략적으로 우선 과제를 정해 치밀하게 추진키로 했다”면서 “개혁의 후퇴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이 지난 22일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혁을 예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지만 경중과 완급의 조절은 있을 수 있다”며 수석들에게 “현장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이나 이슈를 파악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단 논란이 예상되는 ‘개혁적 정책’대신 국민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은 촛불 정국에서 쇠고기 문제 뿐 아니라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학원자율화정책 등 의제가 확대됨에 따라 상실해가고 있는 새 정부의 개혁동력에 힘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나 공기업 민영화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용어로 바꾼 점이 적잖은 정치적 부담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변인은 또 이 대통령이 전날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불법시위에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천명한 데 대해 “공권력이 무너지고 서민 생활이 지장 받는 것을 정부가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라며 “지금처럼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화 시대에 공안 탄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그 자체가 80년대식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회의에서 “고유가 등으로 서민 생활이 어느 때보다 힘든 만큼 민생 챙기기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일해 달라”면서 “화물연대 파업도 일이 벌어지고 난 뒤 대책을 세우는 사후약방문식보다 근본 대책을 세워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개각과 관련, “국회 개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덜컥 하기 어려운 여건인 만큼 개원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한승수 총리의 거취는 결정된 것이 없으며 특정 장관 교체 여부도 아직 최종적인 가닥이 정해진 것이 아니나 개각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