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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육아휴직 장려…현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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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승인 : 2014. 02. 09. 13:42

*정부, 남편 육아휴직률 1~2년 내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나 분위기는 멀어
#) 결혼 3년 차 맞벌이 부부인 이 모씨(35·남)는 최근 발표된 남편 육아휴직 사용 장려 방안을 접하고 기대에 부풀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보기술(IT)업체 과장인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줄 동료도 없을뿐더러 업무가 많아 연차를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 직장 분위기에 장기간 육아휴직을 사용할 엄두가 안 났다.

또한, 아직까지 직장 내 남자 직원 중 단 한 명도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정부가 남성 육아 휴직률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급여 상향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우리나라의 국민의식과 직장문화에 비춰볼 때 현재로선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일하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력유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중 남성 육아휴직사용 장려를 위한 대책으로 부부 중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달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확대하고 한도도 15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100만원 한도에 통상임금의 40%만 주고 있는데 이를 확대해 남성 육아휴직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는 6만9616명으로 이 중 남성 휴직자는 2293명에 불과하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현재 3.3%에 불과한 남성 육아휴직률을 1~2년 이내에 1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직장문화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출산과 양육 친화적 직장환경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직장문화 및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라는 응답이 3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아 경제활동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2.6%, '육아휴직 후 직장복귀가 어려워서'가 17.3%로 뒤를 이었다.

남녀 모두 직장문화와 사회 분위기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고, 남성으로 한정한다면 이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장문화를 바꾸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출산·육아로 인해 여성근로자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이번 정책은 환영할 일이지만 직장내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승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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