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여교사 스토킹ㆍ살해한 20대男 재판행
여교사 결혼 소식 듣고 격분…직장 찾아가 교제 요청했다가 거부 당하자 살해
아시아투데이 김난영 기자 = 대안학교 시절 짝사랑했던 여교사를 수년 간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망상장애 의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지만 끝내 피해자와 자신의 인생을 불행에 빠뜨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전형근 부장검사)는 대안학교 시절 알게 된 진학지도 교사를 상대로 수년에 걸쳐 스토킹을 일삼다가 살해한 혐의(살인 및 성폭력특별법 위반 등)로 대학생 유 모씨(21)를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유씨를 상대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유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9년 9월 진학지도를 담당하는 여교사 조 모씨를 만났다. 유씨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조씨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상함을 느낀 조씨가 유씨와의 사이를 ‘선생과 제자’로 규정하자 조씨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유씨는 연락이 될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고 주거지를 찾아가는 등 조씨를 괴롭히다가 이듬해인 2010년 12월에는 수업에도 제대로 출석하지 않는 등 방황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태를 파악한 부모님에 의해 대안학교를 그만두게 되자 유씨는 2011년 2월 자신이 조씨와 사귀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학교 관계자들에게 뿌렸다.
이에 격분한 조씨가 “경찰에 신고해버리겠다”고 다그치자 유씨는 쇠막대기를 들고 조씨의 자택을 찾아가 살해와 성폭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유씨는 부모님이 이 같은 범죄사실을 알게 된 후 2011년 5월부터 ‘망상장애 의증’이라는 병명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망상장애는 특정 사물이나 사람에게 집착하는 등 지속적인 망상 상태를 보이는 질병으로, 유씨의 경우 조씨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유씨는 입원치료가 끝난 후 미국 소재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조씨에 대한 애증을 키워왔다. 유씨는 이후 대안학교 동문들로부터 조씨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해 다시 조씨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유씨는 지난해 7~11월 조씨에게 ‘넌 내 여자야’, ‘(내가) 졸업할 때까지만 결혼하지 말라고 얘기했잖아’, ‘감옥가도 너를 언젠간 내 여자로 만들 거야’ 등 수백 통의 집착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유씨는 같은 기간 조씨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기필코 죽일 거야’, ‘○○쌤 어디 있을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등의 위협적인 글을 영화 ‘살인의 추억’ 포스터와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유씨는 이어 같은 해 12월 인터넷 구글 검색을 통해 조씨가 모 유학원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찾아가 사귀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씨가 “스토커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같은 달 유학원 앞에서 미리 준비한 칼로 조씨를 수차례 찌르고 폭행해 살해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2011년 살인미수와 성폭력특별법 위반 범행을 저지른 후 망상장애 의증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2년10개월 만에 동일 피해자를 상대로 살인을 저지른 점에 비춰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김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