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베네수엘라 대통령 재선거 분위기가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은 2일 시작하지만 선거 분위기는 이미 과열 양상이다.
집권 세력은 암으로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유산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판을 차베스 지지자들의 결집 무대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막강했던 차베스의 카리스마를 이용해 표심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집권당 대선후보인 니콜라스 마두로 임시대통령은 국영 매체를 통해 연일 차베스의 유산을 선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집권 세력은 대통령 재선거가 차베스의 유산을 이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규정하고 모두가 차베스 정신의 계승자라며 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마두로는 스스로를 차베스의 사도, 아들로 부르지만 정작 자신의 존재감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신 죽은 지도자를 대리해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모양새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지 정치학자인 툴리오 에르난데스는 23일 AFP통신에 "야권에 있어 매우 낯설고 어려운 선거, 캠페인이 될 것이다. 선거는 마두로와 카프릴레스가 아닌 차베스의 의지와 카프릴레스 간 대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3주가 넘도록 끝나지 않은 추모 분위기는 집권 세력으로 여론을 집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집권 세력에 맞서는 야권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야권 통합후보인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무엇보다 차베스 뒤에 숨어 있는 마두로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선거판을 점령한 차베스의 유령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사령관, 차베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마두로를 대중 앞으로 끄집어내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카프릴레스는 최근 베네수엘라 각지를 돌며 가진 연설에서 마두로를 "무능력한 지도자, 공허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거짓말쟁이, 토론을 거절한 겁쟁이"로 비난하며 나약한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집중했다.
야권은 재선거를 놓고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야권 통합연대의 선거운동 책임자인 카를로스 오르티스는 "15년 만에 집권세력을 깰 절호의 기회"라며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우리는 훌륭한 후보를 갖고 있고, 마두로는 국가를 재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선거운동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마두로가 재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립 성향의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다타날리시스'가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마두로는 49.2%를 얻어 카프릴레스를 14.4%포인트 차로 앞섰다.
친여 성향의 여론조사기관으로 분류되는 '인테를라세스'가 11∼16일 실시한 조사에서 마두로는 53%의 지지를 얻어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