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단행된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는 부회장 승진으로 본격화될 ‘이재용 시대'를 이끌 핵심 실세들이 주요 포스트에 전진 배치됐다.
윤주화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겸 전사 경영지원실장이 제일모직 패션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상훈 삼성미래전략실 전략1팀장 사장이 윤 사장이 맡던 자리로 보직을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삼성의 광고ㆍ홍보를 맡아온 임대기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제일기획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삼성의 '입'으로 통하는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도 사장으로 올라섰다.
주목할 점은 윤주화·이상훈·임대기·이인용 사장은 모두 '이재용 시대'를 이끌 핵심인재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특히 자타가 공인하는 관리재무통인 윤 사장이 자기전공분야가 아닌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장으로 내정된 것만 봐도 향후 행보가 그려지는 대목이다.
제일모직은 화학 부문과 패션부문으로 크게 나눠지는 데 그동안 화학부분에 비해 패션부분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미비했다는 점을 들어 제일모직을 초일류 패션 기업으로 도약시키라는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선진화된 경영관리와 혁신 노하우를 제일모직 패션사업에도 접목시켜 제일모직을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은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이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이 점쳐졌지만 승진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사장이 제일모직으로 이동한 것이 향후 이서현 부사장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도 관심 대상이다.
삼성전자의 재무최고관리자(CFO) 역할을 하는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상훈 사장은 삼성 최고의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2008년 사업지원팀장으로 승진하면서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삼성전자의 등기이사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 멤버가 된 경우는 김인주 삼성선물 이사가 유일했다.
사업지원팀장 시절부터 삼성전자의 인수ㆍ합병(M&A)과 투자 등을 주도했다. 이번에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전사적인 업무를 총괄할 예정인 만큼 재무와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뒷받침하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과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도 눈에 띄는 인사다. 이 사장이 삼성전자에 합류할 당시부터 이 부회장과 서울대 동문이란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이 영입해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임 사장도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줄곧 홍보와 광고만을 담당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향후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의 후계 승계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앞두고 대외 홍보 및 광고를 강화하려는 삼성의 전략이 반영된 인사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금융부문의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윤용암 삼성생명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전했다.
KT 임원 출신으로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장으로 부임한 홍원표 부사장은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삼성코닝정밀소재 박원규 부사장과 삼성중공업 박대영 부사장은 회사 내부 승진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신수종 사업으로 꼽히는 의료기기사업부를 삼성전자 내에 신설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조수인 OLED사업부장 사장에게 사업을 맡겼다.
가전·IT 분야 해외영업통인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공로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영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