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들의 대기업의 개혁 앞세운 '표풀리즘'
세 후보가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의 중심에는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후보들의 공통적인 정책은 골목상권 보호, 일감 몰아주기, 재벌총수의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다.
반면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총제, 지주회사 등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있다. 박 후보는 대기업 지배구조보다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남용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신규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기존 순환출자 3년내 해소, 출총제 부활 등을 통해 대기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의 경우 대통령 직속으로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순환출자 해소가 미흡할 경우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해 강력한 제재를 실시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재계는 대선후보들의 이같은 정책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대기업 옥죄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능사?
박 후보가 내놓은 재벌 규제 정책 가운데 대기업 총수의 배임·횡령에 대한 징역형 구형과 관련해 경제계는 그 대상이 기업총수라고 못박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총수와 같은 특정계층을 표적으로 법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후보가 주장하고 있는 출총제 부활 역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출자한도의 기준이 되는 순자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출자한도 내에서는 자유로운 출자가 가능하고 출자여력이 적은 경우 계열사와 공동출자 등을 통해 계열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들은 출자가 자유롭다는 점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안 후보의 계열분리 명령제 시행에 대해선 경제계는 손사래를 치며 반대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를 그룹에서 강제로 떼어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해당 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의 시스템 전체 리스크를 키워 국내 경제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안 후보 가 공히 내세운 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해서도 경제계는 대기업의 신규투자 축소와 일자리 감소 등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경련은 “순환출자는 토요타나 프랑스 LVMH(루이뷔통)그룹, 독일의 도이체 방크 등 전세계에 보편화된 지배구조”라며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수십조원의 돈이 필요한데 이는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에서 이미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상호출자 금지와 모·자회사간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있어 대선후보들이 내놓는 정책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된 규제정책들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기업구조 자체를 손대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결국 기업경영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를게 뭐가 있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원락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대선 후보들의 정책은 전형적인 표퓰리즘"이라며 "경제민주화 정책에서 정말 필요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 연구원은 이어 "과도한 대기업 규제정책은 자칫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자본주의 경제에서 주식회사는 경제를 이끄는 주체로 가공자본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