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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 부동산 붕괴로 본 한국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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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12. 10. 04. 15:00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의 주택금융전문회사(이하 주전)는 1970년대 금융기관 출자를 바탕으로 설립됐지만 90년대 초에 파산한 일본의 모기지론 취급기관이다. 1991년 일본의 부동산거품 붕괴가 주전 파산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모습은 오늘날 한국의 저축은행들과 유사하다. 지난해 6월 기준 저축은행 총 여신 59조원 가운데 15조원이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이다. 부실채권 비중이 25%를 초과했다. 

부실채권 상당부분은 부동산 경기 호황을 틈타 부동산개발 PF에 저축은행이 많은 자금을 경쟁적으로 공급해 양산됐다. 주전의 경우에도 1991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을 때 부실채권 규모가 8조1000억엔에 달했다. 주전의 파산은 곧 일본 금융시스템 위기로 확장됐다. 

일본 주전과 한국의 저축은행이 부동산부문에 자금을 대거 공급하게 된 배경도 비슷하다. 1970년대 일본에서는 가계의 주택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금융기관들은 모기지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기관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주전이다. 주전은 가계의 주택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가계에 대한 모기지론 공급이 안정적인 수익 사업임이 드러나자 금융기관들이 직접 모기지론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전은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무렵 일본의 비주거용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됐다. 플라자협약에 의한 엔화절상으로 수출이 감소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저금리정책을 펼쳤다. 자본시장도 개방되며 외국 자본이 대거 유입돼 비주거용 부동산 개발 수요와 자본 수요가 증가했다. 이같은 자본수요에 반응한 것이 가계의 모기지론 시장에서 입지가 축소된 주전이다.  

한국의 저축은행이 부동산개발 PF에 자금을 대량 공급하게 된 것도 비슷하다. 외환위기가 수습되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책금리를 낮추기 시작했지만 기업들이 안전적 투자전략을 이행하면서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부족한 투자를 보충하기 위해 가계의 주택구입을 장려했다. 자본 자유화로 대형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직접 필요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가계의 부동산 구입을 위해 자금을 기꺼이 공급했다.

이처럼 주전과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축적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 먼저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편승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확장적 통화정책과 자본시장 자유화를 배경 삼아 부동산 구매에 적정규모를 초과하는 유동성이 주전과 저축은행에 의해 공급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비주거용 부동산을 대상으로 형성됐고 주전으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은 주체가 개발업자라는 점이 차이다. 이 때문에 가격변동이 대규모로 급격히 이뤄졌는데 동경 등 6대 대도시 지역의 경우 토지가격지수가 1980년에 비해 1991년에는 6배 이상 상승했다. 거품이 붕괴되면서 2003년에는 다시 198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부동산 거품은 주거용 건물을 대상으로 형성됐다. 금융기관은 PF를 통해 주택 공급자인 시행사에게 자금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가계대출 형식을 통해 가계에도 신용을 공급했다. 

그 결과 가격변동이 일본에 비해 완만하고 규모도 작다. 서울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1999년 1월에 비해 2010년 3월에는 2배 이상 상승했고 올해 8월에도 해당 지수는 1999년 1월에 비해 2배를 초과한 수준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가계부채 문제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가계가 차입금에 의존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계가 부동산 거품의 중심에 있다. 가계부채는 이후 경제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가계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 증가에 비해 소득 증대 효과가 미약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상당수 학계 논문을 통해 확인됐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특히 저축은행의 PF 공급이 문제로 부각되며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졌다. 일본 부동산 붕괴와 어떤 유사점이 있고 차이점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국내 부동산 시장과 저축은행 파산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역시 유의해 다뤄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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