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8일 저녁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해운대 인근 '고은 사진미술관'에서 마련한 오픈토크 '부산에서 만나는 홍상수와 이자벨 위페르' 행사에 참석해 영화 팬 100여 명과 함께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지난 7월 위페르를 출연시켜 영화를 찍은 홍 감독은 캐스팅 배경에 대해 "원래 배우로 많이 좋아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인사를 나누게 됐고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위페르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홍 감독은 "그러다 (지난 5월 위페르가) 서울에 왔을 때 그냥 점심 대접하려고 만났다. 막연하게 7월에 뭔가 찍기로 한 상태였는데,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었다. 위페르에게 같이 할 마음이 없냐고 그냥 물어봤다. 원래 너무 좋아하는 배우였기 때문에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대답이 '예스'가 나와서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찍었다"고 밝혔다.
위페르의 첫인상에 대해 홍 감독은 "좀 작은데 되게 예쁘게 작고, 안정된 어떤 걸 느꼈다"며 "머리가 되게 안정된 사람"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이어 "당시 (위페르가) 친구들이랑 같이 있었다. 옆에 아기들도 있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 같은 게 뭔가 이 세상에서 잘 살아나가는 모습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한 질문에 대해 홍 감독은 "질문하기보다는…"이라며 난감해하다가 "(기분이) 괜찮습니까, 지금(Are you okay)?"이라고 물었다.
위페르는 "그렇다(예스)"고 답한 뒤 홍 감독에게 질문할 차례가 되자 "나는 원래 감독들한테 질문을 안 하는 예의바른 사람이고 감독들은 사실 (배우가) 질문하는 걸 안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독들이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한다"는 재치있는 답을 내놨다.
객석에서는 위페르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한 위페르는 향후 할리우드에서 추가로 활동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없다"며 "서양의(웨스트) 할리우드보다 동양(이스트)의 할리우드인 여기(한국)에 끌린다"고 답했다.
위페르는 "할리우드에 대한 신화나 로망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최근 의외의 경험을 하게 됐던 대부분의 장소는 아시아였다. 그래서 이쪽에 관심이 더 많다"고 말했다.
특별히 감명깊게 읽은 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홍상수 감독이 책을 선물한 일화를 소개했다.
위페르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하러 한국에 왔을 때 (호텔) 방에 책 한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감독님이 선물로 놓고 가신 것 같다. 루이스 브뉘엘(스페인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감독)에 대한 책인 '마이 라스트 사이(나의 마지막 한숨)'였는데, 촬영하는 내내 읽었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평론가인 샤를 테송('카이에 뒤 시네마'의 전 편집장) 선생님이 홍 감독을 브뉘엘 같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홍 감독이 고도의 의도를 갖고 그 책을 놓고 갔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