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1층 |
고질적인 적자로 인해 점포 임대료를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국내 최대 유통단지라고 해서 부푼 꿈을 안고 들어왔지만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수천만원의 빚더미 뿐"이라며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 목적으로 송파구 문정동에 조성된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가 개장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고질적인 적자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의 이탈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 시행자인 SH공사가 저조한 입점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원했던 관리비 및 이자보전 등의 '입주지원책'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어서 가든파이브를 떠나는 상인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SH공사(사장 유민근)와 청계천상인회 등에 따르면 가든파이브의 현재 입점률은 79%로 전체 8360개 점포 및 창고 가운데 2963개(창고 포함)를 옛 청계천 상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청계천 상인들의 대부분은 다점포 계약자들이다. 다점포 계약이란 저조한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상인 한명이 점포 두개 이상, 창고까지 받을 수있도록 한 제도다.
SH공사는 분양 진행 당시 청계천 상인들의 호응도가 극히 저조하자, 대출 알선 및 대출이자 보전(4% 이상분에 한함) 등의 입주 유인책을 펼친 바 있다. 여기에 입점 시, 점포 당 1000만원의 인테리어비와 관리비(50%) 지원 등의 혜택도 함께 부여했다.
단순계산만으로도 청계천 상인에게 지원된 입주지원비는 총 296억원에 달하지만 입주지원책 종료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인들의 이탈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 상인 최모씨는 "과거 계약면적 66㎡(전용 23.1㎡)의 점포를 분양 받고 입주를 했을 때, 인테리어비가 점포당 1000만원에 관리비 지원과 분양 당시 대출금(감정평가금액의 90% 수준)에 대한 이자 4% 이상분에 대해서 보전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장사가 너무 안돼 지원을 받는 지금도 버틸 수가 없는데, 당장 지원이 끊기면 장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김모씨도 "현재 점포당 20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 구의동 테크노마트 등 대형 쇼핑몰의 경우 평당 관리비가 2만5000~3만원 정도여서 단순계산 만으로도 현재의 두배 이상이 된다"며 "매일 개시는 커녕 한달 내내 문을 열어도 수입이 10만원도 채 안돼 남편이 막노동으로 벌어온 돈으로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대출 금리도 오르고 있고, 상인들 사이에선 앞으로 대출이자가 8%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장사를 접고 청계천으로 가겠다는 상인들이 크게 늘었다"며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는 상인들이 대부분인 데다 최근 몇몇 상인들이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지 못해 명도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 쫓겨나는 상인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주지원책은 올해 말 시효가 종료되며, 지원책을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하지는 않고 있다"며 "다만 툴관에 입점하는 계약자에 한해 점포당 1000만원의 입주지원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