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영감은 정3품과 종2품의 당상관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조선 후기, 80세는 통정대부(정3품), 90세는 가선대부(종2품), 100세는 숭정대부(종1품)라고 해 실직은 아니지만 품계만 주는 공명첩을 내렸다. 이후 이 연장자를 존중하는 미풍양속은 노인을 ‘영감’이라는 부르는 유래가 됐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부르는 ‘영감님’은 당연히 노인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40대의 젊은 국회의원도 ‘영감님’이다.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들은 은근 ‘영감님’이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한다. 국회의원도 나라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벼슬 아닌가”며 “국민의 머슴이라고 자처한다지만 실은 벼슬이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게 권력의 속성이고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그 자리를 벼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를 외면하는 것 아닌가라는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이 되고자하는 후보들은 ‘머슴론’을 들고 나온다. 국민을 위한 ‘머슴’이 되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위상이 달라진다. ‘안면 몰수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생긴다. 지역 주민도 후보 때와 다르게 대접한다. 단숨에 ‘머슴’에서 ‘영감님’으로 급격한 신분상승이 이뤄지는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머슴론’을 내세우며 한없이 낮아지겠다고 했던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사실 ‘영감’으로 불리우며 한없이 높아지고자 했던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