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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알아야 회사 살고 고객도 찾아”…철저한 한국화로 GM대우 재도약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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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 기자

승인 : 2010. 12. 03. 14:47

[休&樂]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
정해균 기자]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GM대우자동차가 최근 굵직한 뉴스를 잇따라 생산했다. 지난 11월 GM대우는 14개월 만에 르노삼성차를 제치고 국내 시장 3위 자리를 탈환했다. GM대우는 또 이달 중에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 1조1262억원을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상환이 완료되면 GM대우와 산업은행의 채무관계는 종료되고, 산업은행은 GM대우의 지분 17%를 가진 2대 주주 자격만 유지하게 된다.

GM대우는 지난달 30일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수출증대를 통해 한국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80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에앞서 같은달 4일 열린‘외국 기업의 날’ 행사에선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 투자 유치 및 진흥의 공을 인정받아 투자유치 유공자 포상 가운데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 을 받기도 했다. 내수와 수출 호조로 2년 간의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실적도 역대 최고였던 2007년(매출 12조5137억원, 순이익 542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GM대우의 부활 뒤에는 취임 1주년을 맞은 마이크 아카몬 사장(52)의 리더십이 있다. 아카몬 사장은 직원 고객과의 소통 과 자동차 품질을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다. 그의 목표는 ‘훌륭한 제품으로 인정받는 기업, 고객이 사고 싶어 하는 제품 라인업을 갖춘 기업, 수익을 내는 기업’ 만들기다. 한국 기업이 모태가 된 대형 제조업체인 데다 전통적으로 노조가 강한 업종이다 보니 외국인 CEO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회사다.

◇아카몬 사장의 리더십 원천은 철저한 한국화
아카몬 사장이 임직원과의 원활할 소통을 위해 선택한 방안은 철저한 한국화 였다. 주말에는 지인들과 인사동, 남산 한옥마을 등을 거닐며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한다. 특히 도자기·공예품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인사동 거리는 한국의 문화를 느끼기에는 제격이라고 한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인 아카몬 사장은 한식 중에서도 돼지고기 보쌈을 가장 좋아한다. 열흘에 한 번은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퇴근 뒤 종종 집 근처인 인사동 거리를 걷는데, 걷다가 허기가 지면 좁은 골목 안에 자리 잡은 보쌈 집으로 발길을 향한다. 보쌈 먹기는 한국의 맛을 통한 한국 문화 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다.

아카몬 사장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 수육 위에 매콤한 김치 속을 얹어 먹는 보쌈은 한 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담백한 맛이다.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한국의 대표 음식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가 보쌈을 처음 맛본 것은 지난 2005년 업무 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다. 보쌈은 어렸을 적 즐겨먹던 카볼로 스투파토(돼지고기를 다져 삶은 양배추에 싸서 먹는 요리)와 맛이 비슷해 입맛을 한번에 사로잡았다고 한다. 2009년 그가 GM대우 사장으로 부임한 뒤로도 보쌈을 계속 찾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계 캐나다인 아카몬 사장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공동체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다른 외국인 CEO보다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DNA(유전자)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이같은 아카몬 사장의 한국문화 체험은 직원들과의 소통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CEO가 조직원과 소통하지 않으면 그 조직은 이미 죽은 조직이다. 기업에서 임직원이야 당연히 CEO 말을 듣지만 그 반대는 말처럼 쉽지 않다. 그는 스스로 몸을 낮춰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공식업무를 노동조합과 간담회로 시작했다. 취임 이후 한 달 동안 전 사업장을 돌며 직접 경영현황 설명회를 했고 임직원을 만나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의 아버지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주요 간부였다. 이 때문에 CEO와 노조의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어릴 때부터 직접 봐 왔고, 노조에 믿음과 자신감을 주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직원과의 소통위해서라면 웨이터 변신도
아카몬 사장은 지난 10월 임직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웹챗(Webchat)’을 실시했다. 웹챗은 아카몬 사장이 회사 전반에 대한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등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고안했다. 그는 웹챗을 통해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 현황과 향후 도전과제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그는 “회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의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모든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CEO가 수시로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한편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에 새로운 채널인 ‘사장에게 물어보세요(Ask the CEO)’를 만들어 CEO와 직원간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 놓았다.

그는 또 깜짝 이벤트로 임직원 가족과 가까워지는 소통방법을 쓴다. 아카몬 사장은 지난달 신입사원과 가족 등 400여명을 인천 본사로 초청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신입사원 가족들은 신입사원들과 함께 자동차 생산공장을 견학하고, 신입사원들이 소속된 부서 임원들과 대화 시간을 통해 그 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아카몬 사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소통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웨이터’로 변신, 신입사원과 가족들에게 손수 와인을 따르며, 참석자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지방의 판매점·정비소를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등 ‘고객’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GM대우의 세 번째 사장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 GM유럽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최고 전문가였던 그로서는 엄청난 변신이다.

GM대우에게 다가올 2011년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확고히 유지하는 게 목표다. 아카몬 사장은 “내년에는 7개 모델을 새로 출시하기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 충분히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세그먼트(차급)에 진입할 수 있는 모델 2, 3대를 추가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M대우 같은 단일 회사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신차를 성공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사장 취임 2주년이 되는 내년 10월 GM대우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정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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