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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동부유는 그래도 지켜야 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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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02. 05. 15:38

공동부유 슬로건은 그동안 최선 카드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분위기
그래도 지키지 않으면 문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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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에서 생활하는 베이징의 징디런. 중국의 극단적인 '빈익빈, 부익부'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징지르바오(經濟日報).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중국 경제는 현재 미국과 비견될 수준의 G2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원수 대하듯 압박하는 것은 절대 괜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딥시크(DeepSeek·선두추쒀深度求索)가 최근 미국을 필두로 하는 전 세계의 공공의 적이 된 것 역시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세계적 부호들이 속출하는 현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이렇게 된 것은 1970년대 말부터 이른바 '선부론(先富論·능력 있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돼야 한다는 이론)'을 주창한 덩샤오핑(鄧小平)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진짜 그의 바람대로 중국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부호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부자들이 속출했다. 지금은 최소 10억 위안(元·2000억 원) 수준의 현금이 없을 경우 어디 가서 돈 있다고 행세하기 어려운 국면까지 도래하게 됐다.

이 정도 되면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이 전체 경제를 리드하면서 모두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줘야 한다는 덩의 주장이 현실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라는 정 반대의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도시 빈민들의 주거 형태를 일컫는 워쥐(蝸居·달팽이집)와 이쥐(蟻居·개미집) 등의 끔찍한 단어가 아무렇지 않은 현실이 된 상황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베이징만 해도 이같은 거주지에 사는 빈민들이 최소한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악의 노숙자를 의미하는 징디런(井底人·맨홀에 거주하는 빈민)이 전국적으로 최소 수 만여명인 것은 다 까닭이 있다.

징디런이 되지는 않았어도 기아선상에 허덕이거나 민생고를 겨우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빈부격차가 심각해지면 진짜 폭동을 염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아무리 중국이 경찰국가라고 해도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을 못 참는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국민성이 폭발할 경우 최악의 사태가 도래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민심에 유독 민감한 중국 공산당이 이 사실을 모른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는 민심을 위무하기 위해 '공동부유(모두가 부유해짐)'의 슬로건을 국정 최우선 정책으로 들고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아예 국정의 기조가 됐다. 하지만 최근 또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공동부유 슬로건을 폐기하려는 분위기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기조가 흔들리면 곤란하다고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사회주의라는 정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이 원하는 바라고 해도 좋다. 공동부유라는 슬로건을 속으로 경멸하는 대부분의 기득권층 역시 환호할 것이 분명하다.

이 슬로건이 흔들릴 경우 이후 도래할 상황도 분명해진다. 무엇보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확고한 현실이 된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후의 혼란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중국이 현 체제를 고수하기 원한다면 공동부유는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카드라는 사실은 분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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