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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대의면 여덟 할머니의 ‘황혼 인생’ 담은 동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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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오성환 기자

승인 : 2024. 12. 11. 11:59

'나만의 동시 짓기'…황혼 인생 희로애락 시에 담아
10일 소생활권 성과공유회에서 공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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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박혜수씨가 대의면 구성마을 여덟할머니에게 동시 지도를 하고 있다. /의령군
경남 의령군 대의면 구성마을 여덟 할머니가 쓴 동시가 화제다. 삐뚤빼뚤 서투른 글씨로 때론 맞춤법이 틀리게 쓰인 할머니들의 시에는 황혼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흔든다.

#1. 241211 보도사진1(최경자 '겁이 난다')
최경자(79) 할머니의 시 '겁이난다'. /의령군
"세월 가는게 겁이 난다 / 수술한 오른쪽 다리가 아파온다 / 가장 겁이 나는 건 내 식구들 밥 /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 내 세월 가니까 일도 겁이 난다."

최경자(79) 할머니의 시 '겁이 난다'는 아픈 내 몸도 걱정이지만 지금 당장 챙겨야 할 식구들 삼시세끼가 더 걱정이라는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표현했다.

#1. 241211 보도사진2(김갑순 '황혼') (1)
김갑순(80) 할머니의 시 '황혼'. /의령군
"날이 새면 들에 가고 싶다 / 밤에 무슨 일이 있나 나의 열매 보러 가는 중이다 /나의 마음은 벌써 가 있는데 / 나의 발걸음은 제자리를 맴돈다 / 세월은 야속하게 지나가 어느새 황혼이구나"
김갑순(80) 할머니의 '황혼'이라는 시는 들에 나가는 평범한 일상이 더없이 소중하지만,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 몸에 대한 속상함, 그리고 세월의 빠름을 한탄하는 심경을 담담히 담아냈다.

#1. 241211 보도사진5(노시점 '밤농사 자식농사')노시점 (1)
노시점 할머니의 시 '밤농사 자식농사'. /의령군
"50그루 밤들이 골짜기 산 밑에서 나를 기다린다 / 멧돼지가 밤을 다 파먹었을까 봐 겁이 난다/ 그래도 나는 간다 / 창원 사는 나의 자랑 큰아들에게 밤 나눠주러 나는 간다"

노시점(80) 할머니의 '밤농사 자식농사'라는 시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강차숙 '나의 바램', 김선악 '내칭구 최정자', 김정임 '일상', 민은숙 '가을', 정곡자 '자식생각' 등의 할머니 동시도 팔십 넘게 살아온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번 대의면 할머니 여덟 편 시는 지난 10일 의령도깨비영화관에서 열린 소생활권프로젝트 성과공유회에서 소개되면서 세상의 빛을 봤다.

의령군은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주민참여형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되면서 대의면 지역활성화를 위한 다채로운 주민 주도 참여 활동을 1 년간 추진했다.

이번 할머니들의 동시는 2년 전 자녀 4명 포함 가족 6명이 대의면으로 전입한 박혜수(30) 씨가 동화 작가라는 직업을 살려 할머니들에게 '나만의 동시 짓기'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온 결과물이다.

박혜수 씨는 "할머니 대부분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처음에는 어렵다고 했지만, 금세 적응하셨고 재밌다 하셨다"며 "오래된 삶의 여정을 반추하시면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고 유추하면서 멋진 시가 탄생했다"고 했다.

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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