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의 핵심은 연구개발자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자는 겁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한 주 간 법정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총 52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는데 여기에 일부 예외를 두자는 얘깁니다. 전세계가 반도체 등 R&D(연구개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하는 추세인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게 정부·여당의 논리입니다.
삼성전자 MZ 직원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주 52시간 예외? 의무규정이 될까 무섭다", "매달 40~50시간 초과근무 하는 게 일상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질까"…. 걱정과 우려가 대부분입니다. 이미 야근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노동시간 제약까지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게 삼성전자 MZ 직원들의 목소리입니다.
사실 반도체 업계에서 이번 정부·여당 추진안에 대해서는 동조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이 법안은 R&D 전문직에만 해당됩니다. 최근 반도체 제품 성격은 레거시(범용)에서 고객사 맞춤형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제조를 일괄 공정으로 한 번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칩 하나당 만드는 시간이 늘어났고, 고객사별 디자인 등에 일일이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R&D에 투입해야 하는 역량도 배로 늘어났습니다. 일각에서 "기술개발이 한창인데 장비를 끄고 퇴근하라니"라는 헛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모든 법안은 그 취지와 추진배경도 중요하지만, 입법 대상자의 입장도 들어봐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야 R&D 인력에 한해 밤샘 근무를 보장받고 싶겠지만, 이미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중시문화가 자리잡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MZ세대들은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기조가 더욱 뚜렷합니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만 하더라도 지난해 직원들의 '워라밸' 향상을 위해 주 4일제를 도입한 곳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년 만에 주52시간 예외를 두자는 입법이 추진되니, 직원들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 밖에요.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과 개인의 시간을 중시하는 문화. 이 간극을 메울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근로시간 규제를 풀되 그 범위를 명확히 하거나 필요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간극이 조금은 좁혀지지 않을까요? 미국 엔비디아가 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스톡 그랜트' 인센티브를 주는 것처럼요. 한국 반도체의 위기극복을 위한 합리적인 '간극 좁히기'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