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매업을 비롯해 서비스업, 음식업 순으로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폐업을 선언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정도다. 폐업률이 지난 2016년 이후 최대치인 9%대를 넘어섰고 소상공인 전체로는 무려 66%(창업 후 5년 내)에 이른다.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도 13.8%대를 넘어섰고 오피스 공실률이 10.4%로 치솟고 있다.
내수 위축과 더불어 소비 위축이 심각한 탓이다. 높은 금리와 물가 속에 가계의 가용자원이 고갈된 데다 경기 위축으로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결과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좋아질 기미가 거의 없다. 경기 전망 기관들이 내놓은 2025년 전망치에 따르면 일부 업종 회복에도 불구하고 서민 업종은 불황이 더 깊어질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예컨대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은 2.1%, 민간 소비도 1.9%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민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설투자는 되레 감소, 마이너스 0.9% 수준에 달해 더 위축될 전망이다. 사상 최대규모의 가계부채에 서민경기마저 위축될 때 줄폐업이 계속 이어지고 부도 여파는 더욱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과 달리 소상공인의 줄폐업은 금융,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소상공인 대부분이 은행 빚을 지고 있는 데다 상가나 오피스의 분양 및 임대와 연결되어 있다. 임대상가의 경우 임대료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면 대출받아 분양받은 상가 주인의 금융환경이 급속히 악화할 뿐만 아니라 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로 사상 최대규모인 2246조원대의 가계부채 시한폭탄과 직결된다는 얘기다.
더구나 부동산 역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주택 매물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찔하다.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경우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에도 불구하고 되레 팔자는 매물이 쌓이고 있는 데다 지방은 이미 수년째 매물적체가 심각하다. 내년에도 구축과 신축 간의 가격 격차가 더 커지면서 분양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건설과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적 경기부양책 검토와 대안 마련이 화급한 상황이다. 인위적 경기부양이 자칫 유동성과 연결되어 재차 거품을 유발하거나 과다한 공공사업으로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국가부채 리스크 해소와 깊어지는 바닥 경기의 회복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찍이 경험했듯이 건설, 부동산의 경기부양은 국민 총생산의 14%에 달하는 경기파급 효과와 내수 진작 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특히 서민 바닥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범정부적 대책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공의 선도적 역할을 통해 민간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도시 노후화와 현대적 재편 등 구조적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은 공공의 힘만으로 해소할 수 없다. 공공의 마중물 역할과 민간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로 이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또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 역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인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기부양과 도심 구조재편 차원에서 산업과 기업, 디벨로퍼 등이 상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답이다.
노후주택이 절대적으로 많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주택시장의 여력이 존재할 때 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 사실 최근 들어 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정책이 다발적으로 나왔지만, 공사비 급등 등 여러 가지 여파로 지지부진하게 사실이다. 도심 공급 위축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를 위해서도 민간시장에 의지하여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정비사업 전반적인 절차에 대한 재검토와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 제도, 금융지원방안 등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장용동 한국주거복지포럼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