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실제 승인 여부 지켜봐야"
삼성 HBM 납품땐 반등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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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동시에 납품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황 CEO가 삼성 HBM 납품 관련 언급을 한 건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HBM이 이르면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HBM 반등을 꾀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호재가 될 전망이다.
◇ 삼성 HBM, 엔비디아 진입 임박?
2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만나 "삼성전자로부터 HBM3E 8단과 12단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HBM의 엔비디아 퀄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발언이다.
이 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밝혔던 내용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콘콜을 통해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다. 황 CEO의 말대로 퀄 통과가 연내 가시화될 경우 삼성전자 입장에선 '호재'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탓에 실적 및 주가 부진을 겪어왔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4세대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 5세대 HBM인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것에 비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미국 마이크론 9%이었다.
◇ 엔비디아에 울고 웃는 삼성
일각에선 황 CEO의 이번 발언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말 이후 삼성의 엔비디아 퀄 통과 얘기가 많았으나 1년 가까이 성사되지 못한 탓이다. 앞서 황 CEO는 지난 3월21일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HBM3E 실물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는 문구와 함께 친필 사인을 남기면서 삼성전자 HBM 납품 승인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이후 품질 테스트 통과가 지연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더했다. 또한 황 CE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공급업체로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을 언급하면서도 삼성전자는 거론하지 않기도 했다. 이번 황 CEO의 발언도 기존 엔비디아의 입장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란 점에서, 실제 납품 승인이 이뤄질지 여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퀄 통과하면 삼성에 반등기회"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란 게 중론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선 급증하는 HBM 수요 대응을 위해서라도 SK하이닉스 외에 추가 공급선을 확보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HBM 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HBM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HBM3E 제품은 이미 진입한 과제용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개선 제품은 신규 과제용으로 추가 판매해 수요 대응 범위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계획대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맞춤형(커스텀) HBM 사업화를 위해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와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공급에 불과하더라도 삼성전자 HBM이 일단 엔비디아 공급을 시작하게 될 경우, 내년 이후 HBM 시장에서 삼성이 반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